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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08 19:34 수정 : 2011.04.08 19:34

대학을 졸업하려면 토익을 봐야 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등록금에 추가적인 시험 비용까지 부담시키면
이건 너무 뻔뻔한 처사 아닐까?

김재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단순히 취업을 위해 토익을 공부하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이제는 토익 점수를 받지 못하면 졸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대학들이 졸업 요건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강대 역시 2006학번 이후 신입생부터 영어졸업인증제를 시행중이다.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학교가 지정한 영어능력시험(토익·토플·텝스)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해야 학사모를 쓸 수 있다.

교육기관인 서강대가 미국교육평가원(ETS), 서울대 등 타 교육기관 혹은 평가기관에 학생들의 평가를 위탁하는 게 옳은 것일까?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영어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게 옳은 것일까? 토익·토플·텝스 등의 시험은 과연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해줄까? 이러한 물음들이 꼬리를 잇는다.

백번 양보해서 학교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리고 보편적 호환성이 높다는 점에서 영어졸업인증제를 받아들이기로 하자. 더 큰 문제는 공인 영어시험을 학교의 교육평가 과정에 포함시켜 학생들에게 강제하는 순간,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 역시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서강대는 등록금을 2.9% 인상했다. 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10만5천원이 늘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토익의 응시료가 1회에 3만9천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험 한번 볼 때마다 등록금을 1%씩 더 내는 셈이다. 세번만 보면 등록금 인상률을 넘어선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졸업논문을 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졸업논문 심사는 누가 해야 할까? 다른 학교나 기관에 가서 심사를 받아오라고 하면 황당하지 않을까? 그런데 심지어 그곳에 따로 돈까지 내면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 어떨까? 평가 권한을 타 기관에 위탁하는 것까지는 인정한다고 해도 비용까지 학생에게 전가시키는 건 너무 무책임한 행정 아닌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등록금이 비싸다는 우리 대학들이 등록금 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강제한다면 이건 너무 뻔뻔한 처사 아닐까?

포항공대는 졸업요건으로 토플 점수를 요구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돈 100원도 쓸 필요가 없다. 학교가 미국교육평가원에서 시험지를 구매해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이 평가 권한을 타 기관에 위탁하려면, 이 정도의 양식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부족한 재정을 핑계 대려면 차라리 영어졸업인증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 시험을 볼지 말지는 학생들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 선택하게 하면 된다. 학교에서 시험을 강제하려면 학교에서 시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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