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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5 19:59 수정 : 2011.04.15 19:59

‘서울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는지
지역 민심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지역당’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한창진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행사인 ‘2012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1년 정도 남았다. ‘여수’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아름다운 동백섬 오동도가 있는 여수신항에서 93일 동안 열린다.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의 국제관 등 건물과 종업원 숙소인 엑스포타운, 호텔 등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해상쇼’와 같이 마치 용궁에 들어온 착각에 빠지게 만들 프로그램도 착착 만들고 있다.

문제는 박람회가 끝난 뒤 어떻게 할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대전엑스포가 그러하듯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이다. 멋진 시설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다. 100년 넘은 국제무역항인 여수항을 없애면서 만든 박람회장을 여수의 새로운 볼거리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책사업이니까 ‘조직위원회’가 ‘재단법인’으로 전환해서 운영할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설은 철거하고 프로그램은 생략하고 빈껍데기 수준인 상태로 말이다.

그게 걱정이 된다면 전라남도 또는 여수시가 맡아서 운영하면 될 게 아니냐고 남 말 하듯이 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포뮬러원(F1)에 신경 쓰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대전광역시도 하지 못하는 일을 인구 30만이 못 되는 여수시가 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최근 대통령 핵심 공약사업도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되고 있어서 지역마다 불만이 들끓고 있다. 과거에는 군사독재정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영남과 호남으로 나누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여러개로 쪼개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서 보면 영남을 대구·경북과 경남과 부산으로 나누고 있다. 호남에서도 무안공항 문제로 광주와 전남을, 다시 전북과 전남을 쪼개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충청과 대구, 광주, 부산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전북과 경남을 싸움질시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남 안에서도 동부권과 서부권이 우선 달면 된다는 식으로 지역사업을 챙기고 있다. 국제적인 행사를 앞둔 동부권은 어떠한가? 하나로 뭉쳐져 있지 않고, 공유수면 매립에 따라 생긴 율촌1산단 부지의 소유권 문제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까지 올라가 있다. 공항 안내방송, 고속도로 명칭, 한국방송이 일방적으로 통폐합한 방송국 문제, 대학 이전 등에서 여수·순천·광양 시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더 좁혀 여수시 안에서도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한 소지역주의를 내세워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는 아이에게 젖 주듯이 몇 지역을 고려하면서 같은 지역 안에서도 서로 이해가 엇갈리게 하여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거나 무력화한다. 동남권 신공항 불똥은 엉뚱하게도 과학비즈니스벨트와 토지주택공사로 튈 것 같다.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남은 것은 그 지역 몫이 된다. 여수엑스포도 여수만의 고민으로 끝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서울과 경기도가 아닌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지역을 없애고 ‘서울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는지 지역 민심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지역이 하나로 뭉쳐도 이기기는커녕 싸울 수조차 없는데 서로 싸우기에 바쁘다. 결국 부도덕한 정권이 분할지배하는, 선심성 시혜를 통해 길들이는 정책에 지역들이 놀아나고 있는 형편이다.


어느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에서 ‘소는 누가 키우냐?’는 말이 유행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웃 지역이 아니라 정부와 정책 당국이다. 지금은 지역이 하나로 뭉쳐서 ‘지역 균형발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당장은 어려워도 사업의 완급을 가리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 이제 대선 공약도 믿을 게 못 되는 것으로 판가름났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울당’이 아닌 지역이 중심인 ‘지역당’이라도 만들어서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소는 우리가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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