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항공사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브리지를 지나기 전 게이트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수동으로 갈아 태운다
이는 장애인의 인권침해다
최성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팀장
전동휠체어의 보급과 장애인 관련 법률 제정으로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특히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지하철·버스 등 시내 교통시설의 이동권은 크게 향상된 반면 시외버스·항공·선박 등의 이동권은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
항공기와 선박의 경우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 도입된 게 대부분이며, 이들 교통수단의 내구연한도 무척 길다. 또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개발도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항공기·선박과 관련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인적 서비스가 더욱 중요하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항공기를 이용할 때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전동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공사는 브리지까지 전동휠체어로 접근해 항공기 문 앞에서 기내형 휠체어로 갈아탄 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좌석에 옮겨 앉도록 한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게이트 앞에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브리지를 지나 항공기 문 앞에서 다시 기내형 휠체어로 갈아타고 좌석에 옮겨 앉을 것을 장애인에게 강요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브리지 안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경우 전동휠체어를 돌려나와야 하기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화물칸에 싣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동휠체어가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항공사 직원의 손을 타지 않게 해서 고장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유는 우스운 변명에 불과하다. 우선, 전동휠체어를 돌려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변명을 보자. 브리지의 길이는 불과 20~30m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자신의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고 다른 사람이 전동휠체어를 돌려나오는 시간과 장애인이 게이트 앞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번거롭게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둘째, 전동휠체어가 고가의 제품이어서 고장의 확률을 줄이려 한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브리지에서 전동휠체어를 돌려나오는 20~30m 거리를 다른 사람이 더 만졌다고 해서 고장 날 전동휠체어가 고장 안 나고, 고장 안 날 전동휠체어가 고장 나겠는가.
에어캐나다의 경우, 예약 단계에서부터 전동휠체어 배터리 타입(건식과 습식 배터리가 있는데, 습식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안의 액체가 흘러나올 수 있으므로 전동휠체어에서 배터리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과 전동·수동 전환 방법, 필요한 서비스 등을 꼼꼼히 체크하도록 해 전동휠체어의 파손을 방지한다. 이에 비해 불과 몇십m 덜 만져서 전동휠체어 고장을 줄이겠다는 아시아나항공의 변명은 우습기 짝이 없다.
백번 양보하여 아시아나항공의 변명을 100% 받아들인다 해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강요는 인권침해라는 점이다.
전동휠체어에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는 순간, 장애인은 이동의 자유를 빼앗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개줄을 맨 개가 되는 것이다. 주인이 이끄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개처럼, 장애인은 수동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거나 그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바뀌게 된다. 브리지를 지나 항공기 문 앞까지 자신의 전동휠체어로 가야 하는 이유는 휠체어와 장애인의 분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휠체어에서 수동휠체어나 기내형 휠체어, 좌석 등으로 옮겨 앉기 위해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안기는 등 자신의 몸을 의지해야 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적이며, 특히 여성 장애인이 남성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성적 수치심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항공기 문 앞이 아닌 게이트 앞에서 수동휠체어를 갈아탈 경우 항공기를 기다리는 다른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남에게 안겨 휠체어에 옮겨 앉는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것 역시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분하다. 아시아나항공에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항의에 개선 노력이나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보다는 자기 변명에 바쁘다는 것이다. 4월에만 아시아나항공을 4차례 이용했고, 그때마다 항의를 했지만 매번 같은 변명을 듣고 같은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가면이고 그 이면에는 공급자 중심의 인식과 장애인을 차별하는 추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아시아나항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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