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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서울시장 공관을 한옥으로 옮기자 / 김영종 |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북촌이 북적인다. 조용하면서도 고즈넉했던 이곳이 어느덧 서울 관광의 중심지가 됐다.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크게 늘어나 지난해 방문객이 22만명에 이른다.
북촌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한국적인 집’인 한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한옥은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 동안 주거해온 전통양식의 집이다. 한옥에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녹아 있다. 한국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옥을 보고 체험해야 한다. 서울 정동의 주한 미국대사관저는 한국의 전통양식으로 1970년대 초에 재건축됐다. 주재국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세계 유일의 미국 대사관저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한옥살이의 불편함 등을 이유로 ‘탈한옥’에 오히려 열을 올려왔다. 전통한옥이 부서지고 한옥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2001년부터 ‘북촌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 스스로 한옥 보존에 나서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원액의 한계 등으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한옥을 직접 사들여 문화관과 게스트하우스, 공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 특히 한옥은 사람이 사는지 여부가 보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화학재가 아닌 자연재로 지어진 집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한옥은 사람이 살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구들도 따뜻하게 사용하고, 사람의 손때가 창틀에 묻어나야 오래 유지되고 비로소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불을 때고 창문을 열고 닫고 하면서 온습도가 조절된다. 한옥을 숨 쉬는 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북촌 개발이 한창이지만 이제는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때이다. 사람이 사는 북촌, 가장 한국적인 전통가옥과 그 속의 삶을 유지하는 북촌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특별시 시장의 공관은 상징성이 강하다. 특히 외국 귀빈들의 방문이나 초청행사 등이 많은 만큼 한국을 알리는 문화 창구로서의 구실도 할 수 있다. 이에 북촌을 관할하는 종로구는 서울시장 공관을 한옥인 가회동의 백인제 가옥으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
서울시장의 공관은 1940년 혜화문 도성 위에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난해 가회동의 백인제 가옥을 매입했지만 아직까지 빈집으로 비워두고 있다. 1913년에 지어진 이 집은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로 등재될 당시 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선생이 소유하고 있던 대형 한옥이다. 사대문 안에 있는 사저 중 윤보선가 다음으로 크다.
이 전통가옥은 일반 기와집과는 달리 2층 가옥 구조로 되어 있고 유리로 된 복합문이 툇마루를 감싸고 있다. 사랑채와 안채는 일반적인 서울지방 상류 주택들과 달리 한 동으로 이어져 있다. 방과 마루로 된 별당도 있다. 안채를 시장이 주거하는 공간으로 쓰고 사랑채는 영빈관으로, 뒤뜰 북서쪽에 자리잡아 북촌을 조망할 수 있는 별당은 손님방으로 적합해 시장 공관으로 최적의 조건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다. 한옥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집이다. 여유가 있고 비우며 채우고 나누고 커진다. 한옥의 정신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서울시장의 공관이 한옥이어야 할 시대적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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