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03 20:26
수정 : 2011.05.03 20:26
김동현 울산청년실업극복센터 정책부장
“피와 땀을 바칠 테니 피땀 흘려 일할 일자리를 달라.”
몇해 전, 한 대학교 학생들이 외쳤던 구호이다. 학생들은 진짜로 자신들의 피를 바친다고 헌혈행사를 벌였고, 자신들의 땀을 바치기 위해 마라톤 행사를 진행했다. 이 얼마나 애절한 구호인가. 청년들에게 청년실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피부에 와 닿는 구호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청년실업률은 8.8%로, 2010년 1/4분기의 9.5%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이다. 공식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 고용률도 40%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당히 낮다. 청년들 10명 중 4명만 실제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수치만 보더라도 청년실업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안정된 삶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한 5월1일 노동절에 즈음하여, 한국청년연대는 전국의 19~34살 청년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8만원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시기 청년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로 들어와서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이 조사 결과를 보니 실제로 정말 참혹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구호가 지금 시기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구호라고 느꼈다.
청년층 임금수준은 월평균 150만원 미만이 54.4%였으며, 기본급이 2011년 최저임금 기준인 월 90만원도 안 되는 청년이 30.3%나 되었다. 또한 청년층 절반가량은 부채의 경험이 있었고, 그 주된 원인으로는 학자금 대출 및 교육비가 36.9%, 주택 구입 및 주거비가 26.8%, 생활비 부족이 21%를 차지했으며, 부채로 인해 62.8%가 심리적인 불안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저축보유액을 보면 50.7%가 100만원 미만 통장을 가지고 있으며 25.2%의 청년들이 매월 정기적인 저축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66.8%의 응답자가 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임금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래 삶에 대한 기대치는 청년층 46.8%가 현재보다 더 어려워지거나 현상유지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취업전선에서 온갖 경쟁을 뚫기 위해 지금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도 있고, 그나마 실제로 일을 하더라도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도 있는데, 이것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희망 또한 적다. 기성세대는 이것을 반드시 주시해야 할 것이다. 왜 이들이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이들이 ‘피와 땀을 바칠 일자리를 달라’고 외치고 있는지를 말이다. 청년실업과 저임금, 고용불안으로 인한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을 ‘주역’답게 인식하고 대해야 하지 않을까.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