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
취미활동과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 등
교과서적인 방법대로 키웠고
아이들은 이런 노력에 보답해줬다
김경훈 한의사·전남 나주시 남평읍
지난 5월4일치 ‘왜냐면’에 실린 윤현희씨의 ‘나의 학원교육 분패기’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 글로 인해 안 그래도 망국적인 교육현실이 더욱 굳어질까 걱정도 들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리려 글을 쓴다.
윤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또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학교 성적을 위해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는 것은 절대로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 방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의 잠재력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또 그렇게 해서 명문대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는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 인정받는 사람, 능력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나도 윤씨와 생각이 똑같다. 그러나 그 뒤에서부터는 윤씨, 아니 그로 대표되는 대다수의 학부모들과 나는 방법이 달랐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잘 산다는 말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다 포함해서)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고,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믿음을 가졌고,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머리를 좋게 하는 일, 즉 두뇌계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이들의 머리는 독서, 사색, 토론, 여행이나 취미활동을 통한 다양한 경험 등으로 좋아지는데, 학원에 가서 수준에도 안 맞는 문제풀기를 강요당한다면 머리가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창의력이 꺾이고 몸과 마음이 지칠 것이다. 그래서야 언제 독서와 사색,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 둘 다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교육이 없는 대안학교로 보냈다.(사실은 대안학교가 아니라 ‘정상학교’ 또는 ‘보통학교’라 불러야 옳지만.) 나는 나름대로 서울 강남의 학부모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학원교육 대신 독서와 글쓰기, 여행이나 취미활동으로 내몰았다. 또 아이들과 많은 대화(아이들 생각으로는 지루한 설교나 잔소리였을지 몰라도)를 했다. 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에 대해서였다. 대화의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 요새 유행하는 말로 ‘자기주도적 학습’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요인도 많았겠지만, 하여튼 우리 아이들은 전남의 읍단위 시골에 살면서 동네 중학교 나와서 공부 강요 않는 이른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도 현재 큰딸은 서울대 법대 4학년이고, 밑의 아들은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는 기사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막상 학부모 입장에서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다급한 마음에 학원교육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은 당장 눈앞의 중간고사 점수를 조금 올려줄지는 몰라도 그것보다 백배 천배 많은 해악을 끼친다.
우선 암기식·주입식 교육은 뇌 발달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충분히 입증된 결과이다. 그리고 학교 수업만으로도 힘든데 또 학원으로 아이들을 내몰면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공부를 거부하게 된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 바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아니 즐거운가”이듯이 공부는 인간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즐거움인데도, 많은 아이들이 학습 노동에 시달려 공부를 원수 대하듯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방과후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학원 때문에 정작 아이들의 두뇌·정서 발달에 꼭 필요한 독서, 글쓰기, 취미활동 등을 할 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육체적 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잠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 학교 수업시간에 열심히 배우고, 날마다 복습·예습을 하고,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 다양한 취미활동과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등 그야말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러나 실제 현실에 적용시키기는 힘든) 교과서적인 방법대로 아이들을 키웠고,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명문대 합격으로 부모의 노력에 보답해줬다. 물론 명문대 입학이 인생의 목표일 수도 없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하여튼 나는 학원교육을 상대로 현재까지는 압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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