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5.16 23:11 수정 : 2011.05.17 09:39

일본의 ‘1인 대안언론’이라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1989년 4월 <위험한 이야기>를 출판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후쿠시마 현에는 자그마치 10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나가면 11기가 함께 멜트다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의 예측은 22년 뒤 현실이 되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가 보여준 원자력의 숨겨진 위험성, 비밀주의, 과학만능주의를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원전을 가동하는 한 사고는 필연이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당시 한국은 어떠했을까? 당시 신문을 찾았다. 1986년 4월30일치 <서울신문> 1면에 실린 ‘일본 낙진 비상’이라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방사능 낙진이 이틀 후 일본 열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우리나라 중앙기상대 발표가 실렸다. “사고발생 지점의 위치나 기류의 흐름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방사능 낙진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아니,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낙진이 한국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일본 땅에 떨어진다는 말인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일본에서는 도·도·부·현 47곳 중 37곳이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 때도 기상청은 한참 동안이나 편서풍 타령을 했더랬다.

1986년 한국은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이었다. 당시 전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재검토할 때, 한국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와 영광 원전 3·4호기 발주 계약을 체결했다. 역사의 되풀이됨은 놀랍기만 하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독일이 7개의 노후 원전 가동을 중지시켰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여했다. 심지어 독일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클린에너지인 원자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6일 정부는 국내 원전 점검 결과 모두 안전하며, 고리 1호기도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초지일관 ‘원전사랑’이다. 1970~80년대엔 수많은 노동자가 수출산업화 전선에서 희생되었고, 지금은 온 국민의 안전과 미래가 원전 수출산업화 정책에 저당 잡힌 상황이다.

일본 원자력정보실의 반 히데유키는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일본 정부도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된 방사능 유출로 일본은 지금 혼돈 그 자체이다. 결국 지난 10일 간 나오토 총리는 엄청난 재앙의 경험 끝에서야 원전에 백기를 들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다음은 어느 나라, 어디 원전인가? 반성 없는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달 말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녹색에너지, 원자력으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제20회 원자력공모전을 진행한다. 원자력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은 공모전 참가 자체가 무의미하다.

히로세 다카시는 원전에 관한 진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과연 원전의 진실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원자력 담론은 온통 핵공학자들이 선점하고 있다. 일본에서 방사능 물질이 날아오는지 여부도, 인체 피해 여부도,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해수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그들이 대답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고, 핵과 관련한 시민강좌를 찾아다니며, 인터넷상에서 토론을 벌인다. 이제 남은 것은 침묵하고 있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원전의 진실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시민과학자·보건의료인·정치인들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시점이 왔고, 그래야만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