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8 18:25
수정 : 2011.05.18 18:25
‘학원교육 분패기’에 이은 ‘압승기’, 그리고 그 뒤의 ‘유례없는 뜨거운’ 반응은, 교육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현재의 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우선 짚어야 할 것은 분패기와 압승기에서 논의하고자 했던 문제의 핵심이다. 그것은 ‘공교육을 위협하는 사교육’이고, 그것을 더 예리하게 재단하면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사교육의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이 이루어지면 학교에서의 공교육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교사나 학생, 학부모 개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행학습이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범죄행위일 수 있다. ‘공교육이란 공적 주체에 의해 공적 재원으로 공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선행학습은 그런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사교육이 개인의 자유인가?
한 어린이 교양지에 나온 독일의 교육 이야기를 보자. “학부모 면담 시간에 왜 예습을 해서는 안 되는지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예습을 하게 되면 수업이 지루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산만해진다고 했습니다. 또 만약에 교사가 학생들의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할 때 미리 공부해온 학생이 있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한 아이가 질문을 듣자마자 정답을 말해버리면 다수의 학생들은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교사의 수업 진행에도 방해가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김일권 한국특수교육연구소장은 한 신문 인터뷰에서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초등학교 취학 전 문자 및 수 교육이 금지돼 있고 일부 국가는 위반 때 형사처벌까지 한다”고 말한다. 이래도 선행학습이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이렇게 날마다 수십만건씩 일어나는 일종의 ‘범죄행위’에 대해 왜 아무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은 정치가들의 비겁함과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매스컴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이 절대로 입 밖에 꺼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금기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군대 문제와 교육 문제다. 어느 정치가도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첨예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해결도 쉽지 않고 무슨 의견을 내든 항상 거센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아무도 말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육 문제는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매스컴은 교묘히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곪아 썩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따라서 사교육, 그리고 더 정확히는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선행학습을 정치적인 문제로 이슈화하고 국회를 통해서 제도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도대체 그러지 않고 선행학습을 막을 방법이 있는가? 선행학습을 막지 않고 공교육의 붕괴를 막을 방법이 있는가?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방관하면서 백년지대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혹자는 선행학습 금지가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리라고 말한다. 맞다.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도대체 어떤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 어느 정치가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사교육의 선행학습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김남철 경북 경주시 석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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