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모두는 공부 잘해봐야 별 뾰족한 수 없다는 것과 공부에 목매어 자란 우리의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가슴 떨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모든 육아의 기준점을 행복에, 그것도 미래에 저당 잡힌 행복이 아닌 ‘바로 지금의 행복’에 두기를 기원하며 나 자신에게도 강하게 다짐해 본다.이상미 교사·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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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행복을 기준으로 아이를 기르자/이상미 |
40개월·20개월짜리 아이를 키우는 교사이자 엄마로서 고통스럽고도 강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모든 상황에서 고민의 연속인 육아에 대해 쉽고도 단순한 해결점을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육아를 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서 글을 쓴다.
큰아이 또래를 둔 엄마들은 모이면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이 한글 해요? 아직 한글을 읽기는커녕 관심조차 없는 아이를 키우는 나 같은 엄마는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조바심은 아이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다그침으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글을 일찍 해서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고 단지 같은 개월수의 누구보다 한글을 빨리 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비교와 경쟁의식만이 팽배해 있다. 나 역시도 한동안 한글을 배우게 한다며 아이를 잡은 적이 있다. 아이의 강렬한 반항으로 다행히도 금세 막을 내렸지만.
그런데 나란 사람이 부모가 되자 일어난 현상에 대해 나조차도 상당히 놀랐다. 나는 평소 교사로서 학부모 상담 때 “학원이 아이를 망친다” “선행학습 필요 없다”를 입에 달고 다녔고, 아이들은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공부 잘해봐야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나와 내 주변 학창 시절 모범생들의 사례를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부모가 되니 아이를 나도 모르게 좌뇌 학습으로 몰고 있었고 내 기대와 욕구에 충족이 되지 않으면 아이를 은근슬쩍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이렇게 되다니. 처음엔 나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화도 났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우리 사회의 경쟁 중심, 학력 중심 의식이 나에게도 세뇌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부모가 되자 날것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으면 이 나라의 교육이라는 정글에 내 아이를 내몰고 가족 모두가 불행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육아 관련 서적과 강연을 들으면서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아이와 나의 행복이다. 아이가 한글을 억지로라도 빨리 깨치면 행복한가? 아니다. 허리가 휘게 돈을 벌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가? 아니다. 사교육비 대느라고 노후대책 못 하면 아이들이 나중에 알아주겠나? 아니다. 아이들을 휴일도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에 매어놓으면 부모와 아이들이 행복한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일류대에 가는가? 아니다. 간다 해도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으며 직장에 취직한다 해도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아니다. 반대로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고 책 읽게 하면 행복한가? 그렇다. 그럴 때 아이의 사고력과 사회성이 좋아지는가? 그렇다. 아이의 체력과 건강이 좋아지는가? 그렇다.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지고 학원 보낼 돈으로 여행과 여러 가지 체험을 더 많이 함으로써 아이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가? 그렇다. 그렇게 지낼 때 노후에도 자식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가? 그렇다.
아, 모든 답은 명확하고 명료하다. 그런데도 왜 우리 부모들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길로 아이들을 내모는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우리 부모들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경쟁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인생을 공부를 기준으로 단면적으로만 보고 있다. 사실 삶의 스펙트럼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컨트롤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어려서부터 학습된 이 경쟁의식이 우리의 육아관을 지배하고 있다. 이 소모적이고 고통스러우며 아무 쓸모없는 경쟁을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 그 피해가 너무나도 크다. 우리 부모들이 우리도 모르게 젖어 있는 경쟁의식과 학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나와 아이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용기 있는 부모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작게는 학원 보내지 않고 함께 놀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야간자율학습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크게는 그러한 연대가 큰 흐름이 되어 이 나라를 인간과 가정 중심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행복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사실 우리 모두는 공부 잘해봐야 별 뾰족한 수 없다는 것과 공부에 목매어 자란 우리의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가슴 떨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모든 육아의 기준점을 행복에, 그것도 미래에 저당 잡힌 행복이 아닌 ‘바로 지금의 행복’에 두기를 기원하며 나 자신에게도 강하게 다짐해 본다.이상미 교사·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사실 우리 모두는 공부 잘해봐야 별 뾰족한 수 없다는 것과 공부에 목매어 자란 우리의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가슴 떨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모든 육아의 기준점을 행복에, 그것도 미래에 저당 잡힌 행복이 아닌 ‘바로 지금의 행복’에 두기를 기원하며 나 자신에게도 강하게 다짐해 본다.이상미 교사·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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