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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3 19:28 수정 : 2011.06.13 19:28

조대희 수사경찰·경감

얼마 전 검찰이 “검찰은 선생, 경찰은 학생”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현행법에서도 경찰의 수사 활동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주장을 하면서, 경찰 쪽의 수사권 법제화 주장은 마치 “선생님의 지도가 없는데도 학생이 공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학생이 혼자 공부해도 불법이 아닌 것은 학생이 바로 공부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 주체의 지위에 있지 못하므로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불법이 되는 것이다.

검찰 쪽 주장대로 수사에서 검찰이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지금의 검찰은 학생인 경찰에게 참다운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교육학자 알렉산더 서덜랜드 닐은 “가장 좋은 교사란 학생들과 함께 웃는 교사이다. 가장 좋지 않은 교사란 아이들을 우습게 보는 교사이다”라고 하였는데, 선생으로서의 검찰은 학생인 경찰과 함께 수사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공통된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검찰은 오히려 경찰과의 관계를 상하관계로만 보고, 일방적 지시만이 최선이라는 독선에 빠져, 학생들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우습게 여기는 “가장 좋지 않은” 선생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새시대 교수법>의 저자로 유명한 조벽 교수는 ‘명강의 노하우’라는 강의중에 “선생님이 질문하고 선생님이 스스로 답하는 수업은 최하위 수업”이라며 “자신의 목소리로 강의실을 채우지 말라”고 역설하였다.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수사권, 수사지휘권, 독점적 영장청구권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독점된 권한들은 점차 어떠한 형식으로든 ‘견제와 균형’ ‘소통과 참여’라는 원칙에 따라 변모해야 할 것이다. 실제 학교에서도 ‘참여학습’ ‘자기주도학습’이라는 형태로, 선생이 아닌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이 좋은 수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대세이다. 그러나 수사에서 선생이라고 자부하는 검찰은 어떠한가?

“검찰은 선생이고, 경찰은 학생”이라고 말하는 검찰. 나는 수사경찰관의 일원인 ‘학생’으로서 지금은 선생이 질문하고 선생이 답하는, 선생의 목소리로 가득 찬 강의실에서 최하위의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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