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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5 19:33 수정 : 2011.06.15 19:36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지난 12일 오전 크레인 앞에서 김 위원을 응원하는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이정우 기자 woo@hani.co.kr

박수빈 경기도 양평고 3학년

수능이 150일 남았습니다.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점점 불안해지고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제가 너무 답답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바닥이 드러나 긁어낼 수 없을 때까지 제 가슴을 긁어내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능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제 자신이 거짓말쟁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신문에서 저보다 훨씬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별것도 아닌 일로 고민하는 겁쟁이처럼 느껴졌습니다.

김 위원님이 고공농성을 하신 지 160여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신문과 <한겨레21>에서 김 위원님의 소식을 읽었습니다. 160여일 동안 85호 크레인에서 김 위원님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김 위원님은 결과에 집착해 초조해하기보다 그저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온 정신을 다해 버티셨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긴 시간을 사람들과 떨어진 그곳에서 홀로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에. 김 위원님을 통해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직 오지도 않은 먼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단지 초조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목표로 바꾸었습니다. 이번 수능은 그동안 별 역경 없이 살아온 저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작은 산이니까요.

김 위원님의 고공농성이 결과적으로는 (아직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김 위원님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분들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받은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 위원님,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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