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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1 19:25 수정 : 2011.07.01 19:25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지난해 6·2 지방선거로 지방자치 민선 5기가 출범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보통 첫돌을 맞는 생일날 잔칫상에는 연필이나 실, 돈 등이 올라오고 아이가 집는 물건에 따라 그 미래를 점치곤 한다. 나에게 같은 생일상이 차려져 한 가지만 고르라면 무엇을 집어들까?

필자는 ‘지구본’을 들고 싶다. 구청장이면 자치와 분권을 주장해야지 웬 지구본이냐고 할지 모른다.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 배분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절박한 과제가 ‘기후변화’임을 고려한다면, 자치구 차원에서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예전과는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46억년의 지구가 켜켜이 쌓아온 화석연료를 사람들이 지난 200년간 순식간에 소비하며 공기 중에 내뿜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평균 380ppm.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 패턴이 변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그 농도가 560ppm까지 오르고, 어쩌면 67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 때문에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기후변화 협상의 결과만을 지켜볼 여유가 우리에게 있는가?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만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리고 이를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자신이 속한 곳에서 당장 행동해야 한다. 필자는 1년 전 구청장 취임과 동시에 구청에 녹색환경과, 자원순환과, 노원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을 만들어 가능한 일부터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1년여 시간이 흘렀다. 무슨 변화가 생겼는가?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경쟁의 시대’가 아닌 ‘공존의 시대’를 위한 맹아는 분명 싹트고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오는 10월이면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되는 환경교육센터인 ‘노원 에코센터’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 공간에서 활동할 수백명의 녹색전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발족한 녹색도시추진단은 도시의 틈새를 녹색으로 바꾸고, 한 가구에 한 평씩 제공될 도시텃밭은 흉측한 콘크리트 옥상과 자투리땅들을 흙으로 덮게 될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시민들이 불편하더라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쓰레기 발생을 근원적으로 억제하여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한편, 스스로 생산하고 소통하는 높은 수준의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공존의 생활양식이 더디지만 노원에서 시작되고 있다.

공존의 시대를 위해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빈곤 문제다.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기후변화 문제는 먼 달나라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노원처럼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 홀몸 어르신이 가장 많이 사는 곳에서는 ‘복지가 곧 공존의 기초’가 된다.

때마침 나라 전체에 보편적 복지 논쟁이 한창이고, 무상급식에 이어 반값 등록금 등 복지 의제가 현실화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국가로 이행한 뒤에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식의 단계적 접근은 때를 놓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공존의 시대, 새로운 진보를 위해 녹색과 복지의 동맹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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