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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홍익대에서 청소와 경비 등 업무를 하다 용역계약 만료와 함께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이 학생회관에 항의 선전물을 붙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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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2학년
저는 지난 1월3일부터 시작된 홍익대 미화·경비·시설노동자들의 49일간 투쟁에 직접적으로 연대하였던 홍익대 학생입니다. 이렇게 투고를 하게 된 연유는 현재 여론의 동태가 너무나도 답답하고 속상하기 때문입니다. 홍익대 투쟁에 깊숙이 가담했던 학생의 말이라면 사람들에게 그나마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 다양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투고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홍익대 당국은 공공노조 홍익대 분회장이 포함된 공공노조 간부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는 홍익대생들 사이에서도 일파만파 퍼져서 소셜네트워크상으로 많이 노출이 되었고, 한결같이 분개하는 목소리였습니다. 분노는 분명 있었지만, 이에 따른 학생들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움직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심적인 이끌림이 우선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필요한 것은 행동력 있는 집단입니다. 현재 홍익대 총학생회는 다들 잘 아는 것처럼 정치적인 행동을 최소화한다는 비운동권입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분노를 하고 행동하고 싶어도 행동력 있는 기관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런 행동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를 당선시킨 게 학생들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요. 하지만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당선되는 것은 현재 한국 대학가의 흐름입니다. 그러한 흐름을 만든 주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아무래도 이것을 홍익대 학생들만의 잘못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노동자와 연대하지 않으려 한 것은 총학생회이지 홍익대 학생이 아닙니다. 한 나라 정치인들의 면모를 가지고 그 나라 국민들의 면모를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홍익대 투쟁 당시 총학생회는 노동자들에게 비협조적이었습니다. 이에 반발심을 가지고 농성장에 하나둘 모여든 홍익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운동 단위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 운동 단위도 학생 대표자들로 구성된 게 아니다 보니 그나마 농성장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이끌기 쉽지 않았고, 방학이어서 쉽게 학생들이 모이기 힘들었고, 총학생회의 애매한 입장 표명으로 운동 단위를 강력하게 구축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항상 농성장에는 홍익대 학생들이 있었고 노동자들과 강력한 연대를 하고 있었는데도 농성장에서의 홍익대 학생들의 투쟁 이야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외부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더라도 농성장에 있는 홍익대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투쟁했습니다. 홍익대 전체 재학생에 비하면 정말 소수이긴 했지만, 찬 바닥에서 노동자 분들과 함께 부대끼며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면서 49일간 연대의식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투쟁한 홍익대 학생들이 있었는데도 자신의 회사에서는 홍익대생은 안 뽑겠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자 저는 매우 속상하면서 분개하였습니다. 홍익대 노동자를 지지하고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생각과 말임을 압니다. 하지만 좀더 신중했어야 합니다. 투쟁이 승리하기까지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었던 학생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더라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홍익대 학생들은 홍익대 당국에 대해서 분명한 분노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심을 표현할 만한 여건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성까지 문제있다는 시각으로, 그것도 집단에서 발생된 사실을 개인의 사실로 연장하여 생각한, 최근에 터져나온 홍익대 학생 입사지원 보이콧은 너무나도 과하다고 생각합니다.홍익대 당국의 손해배상 청구는 당연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면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이건 그냥 홍익대 학생들을 묶어서 비꼬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홍익대 학생 입사지원 보이콧 발언을 하신 분들은 그 발언을 철회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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