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1 19:17
수정 : 2011.07.11 19:17
김재옥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불볕더위의 서막이 올랐다. 6월 중순에도 서울의 기온은 33℃를 기록하며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예년보다 큰 더위의 쓰나미가 몰려올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여름 냉방전력 수요는 7477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여름 냉방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12.3% 증가한 1729만㎾로 전체 전력수요의 23.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여름 또다시 ‘전력대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초 에너지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하며, 범국가적 차원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승용차 5부제, 야간 경관조명 소등 등 다양한 조처가 시행되었고, 3~4월 두 달 동안의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전력과 유류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소등 조처 이후 1일 평균 전력소비량은 이전에 비해 약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규제 대상으로 선정된 골프업계의 강한 반발로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업계는 골프장 운휴에 따른 골프장 매출 감소와 종업원들의 휴직사태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야간조명 금지로 하루 2300여명, 연인원 54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분석됐으나, 실상 우리나라 골프장 종사자 수는 4만6000여명으로 전국 382개 골프장 평균 120명의 종업원 수를 고려할 때 그러한 주장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스포츠 중 유독 골프에만 강경한 규제의 잣대를 대고 있다며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는 하고 싶을 때 공 하나 들고 나간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서민 스포츠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이를 즐기기 위해 ‘갖출 것이 많은’ 스포츠다.
그리고 골프장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야간 경기를 하는 야구의 390배, 축구의 570배에 달한다. 프로야구와 축구의 경우, 티브이와 라디오 중계 등으로 대중과 함께할 수 있다는 부가가치가 있지만, 야간 골프는 플레이어만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또한 골프장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의 단가는 일반 시민들이 내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싸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도 적용되고 있어 많이 쓸수록 부담이 커지지만, 골프장이 쓰는 일반용 요금은 누진제와도 관계없다. 과연 소수를 위해 밤에도 대낮같이 불을 밝혀 굳이 경기를 하는 것이 필요한가 반문하고 싶다.
얼마 전 야간조명 금지 조처에 대해 골프업종을 제외해달라는 일부 골프장과 골프 관련 협회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솔선수범의 자세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했던 다른 산업계까지 이에 편승하려고 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앞선다. 특정 스포츠, 특정 산업에만 불똥이 튀었다고 생각하는 ‘왜 하필 나?’ 의식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작은 돌멩이 하나로 생긴 파문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은 파문은 큰 파도보다 그 무늬를 오래오래 남기는 법이다. 골프업계의 움직임이 ‘에너지 절약’이라는 국가적 명제에 부정적 파문으로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 에너지 절약은 전 국민이 함께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골프업계도 동참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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