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1 19:19
수정 : 2011.07.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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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13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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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나는 지금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공안 탄압 중단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진행중이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살펴보자. 얼마 전 세계 최대의 교원노조인 전미교육협회(NEA)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출마 선언 직후 주요 노조 중에서 최초로 재선 지지 선언을 하였다. 2008년 대선에서도 이 교원단체는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오바마에게 선거자금으로 모아주었다. 또한 독일연방의회의 직업 분포를 보면 가장 비율이 높은 직업군이 법조인(15대 20.7%, 16대 23.3%)과 교사(15대 16.1%, 16대 13.2%)라고 한다. 그러니까 독일 국회의원 10명 중 1~2명은 교사라는 의미이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박해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대한민국 정부에게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가 채택되어 엠비 정부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주요 20개국(G20)을 비롯하여 근대적 의미의 정당과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중에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금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그토록 강조하는 우리 정부는 도대체 국제적 표준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검찰은 월 5000원~1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정당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2000명에 가까운 교사와 공무원들을 형사처벌하겠다고 한다. 반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공금으로 정치자금을 보내라는 한 교직단체의 비밀공문은 모른 체한다.
한나라당에 수백만원씩 정치자금을 가져다준 교장들, 심지어 국회의원 시켜달라고 공천 신청을 한 교장과 교육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솜방망이 처분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부끄러운 자화상에는 눈을 감은 채 교사의 정치자금 후원은 안 된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학창 시절 가장 공부 잘하고 똑똑했던 학생들이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될 텐데, 우리 교사들이 그들에게 민주주의와 법적 정의를 이 정도밖에 못 가르쳤나 하는 자괴감까지 드는 상황이다.
과거 정치적 권리는 왕족이나 귀족 같은 특권계층만 누렸다. 그런 정치적 특권이 평민·노동자·여성들도 누리는 보편적 권리가 되었다. 정치적 기본권은 선거할 수 있는 권리뿐 아니라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자금을 후원할 권리와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까지 포함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권이던 정치적 권리를 누리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민주화이자 역사 발전이라는 진리 앞에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은 역사적 순리이다.
1989년 군사독재 정권은 교원노조는 안 된다며 1500명의 교사들을 해고했지만 교원노조 출범이라는 역사의 장강을 막지 못했다. 2011년 다시 2000명에 가까운 교사·공무원들을 정치자금 후원을 이유로 형사처벌·징계하겠다는 협박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교원노조 설립 탄압이 가장 부끄러운 근대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된 것처럼 지금의 정치후원금 탄압도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교원노조 합법화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민주화의 한 상징이었듯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교사와 공무원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2011년까지 보장하라고 했다. 교사에게도 인간의 기본권인 정치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나는 오늘도 청와대 앞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결코 패배할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진다. 또한 이것이 역사이고, 오늘 대한민국의 탄압받는 교사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음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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