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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3 19:36 수정 : 2011.07.13 19:36

홍민석 조계종 총무원 국제팀장

때는 서기 2011년을 지나 꿈에도 그리던 2018년 겨울올림픽을 우리 땅 평창에서 맞이하게 된 감격시대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초일류 사이버 세상의 통신 네트워크는 3지(G)를 지나 4지로 날아가고 있다. 엊그제 2지 휴대전화의 2년 반의 영욕을 멀리하고 저렴한 기본요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나는 며칠 동안 그놈의 ‘문지르는’ 문화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토록 나 같은 중년 아저씨한테까지도 인터넷의 새로운 지평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과 중년 과로사율을 자랑삼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관에 못 박힐 때까지 끝도 없는 경쟁 속에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직책상 다른 나라를 많이 돌아다니지만, 우리나라 사람처럼 바쁘게 뛰어다니고 밤늦게까지 일하고 그도 아니면 밤늦게까지 술집과 노래방에서 인생을 고래고래 보상받으려는 슬픈 민족을 나는 보질 못했다. 우리보다 잘살거나 못살거나 할 것 없이 공히 우리보다는 편안하고 여유있게 살고 있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노동자인 우리의 주제도 망각한 채 1주일에 5일만 근무하면 이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백성들로 길들여져 있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1년에 한달씩 두달씩 바캉스를 가는 것을 외계인 보듯 부러워하면서 혹은 혀를 차면서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로 가볼까? 학교에서 교련교사가 우리를 총대로 유린하고 우리들의 조그마한 저항에도 시계를 풀며 귀싸대기를 휘갈길 때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반항하지 않았고, 영악하게도 반항하지 않는 처세가 내 삶의 항해에 의젓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심 굳게 믿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 중년 남자들의 내밀한 규약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그 차분한 계산 덕에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기존의 상명하복적 분위기에 덧대어 시장의 주문에 목숨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 밤도 어느 학원에서든 어느 학교에서든 우리가 배웠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과제를 책상 앞에 펼처놓고 이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이 시대의 중간 시민이라도 될 것인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슬픈 현실이다.

해병대의 슬픈 이야기를 듣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하고 또 동료를 죽이고 하는 그런 슬픈 조직. 고려대 교우회, 전남 향우회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3대 카르텔’이라고 회자되는 해병대는 앞으로도 얼마간은 마초의 상징으로 남아 있겠지만, 그리고 어느 유명 연예인의 입대 이벤트로 반짝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눈까지 내리깔은 멋들어진 팔각모자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사디즘으로 가득 찬 폭력과 성적 학대, 끝없는 인간성의 말살과 굴욕적인 생존이라면 이제 그런 군대는 완전히 바꾸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 해병대만 그런 힐난을 받아야 하는가? 사실은 몇몇 귀족을 제외하고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겪어봤을 가학과 피학의 추억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만의 끈끈한 연대의식으로 남는 술안주 그런 것. 그런 전근대적 군대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학에서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머리 박기와 각목 구타도, 초·중·고에서의 교사들의 귀싸대기도, 그리고 학생들의 왕따와 폭력, ‘삥뜯기’도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미친 듯이 눈치 보며 살지 않아도 여전히 순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지금껏 당연시했던 치열한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조금 더 천천히 걸을 수 있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 표정을 평화롭게 살펴볼 수만 있어도 이 세상은 훨씬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살아있는 동안 그런 본래 마음 변치 않고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바꾸어나갈 수 있다면 언젠가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정토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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