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5 19:23
수정 : 2011.07.15 19:23
현역 군인
전국이 해병대 총기 사건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거기다가 해병대원의 자살 사건까지 일어나 그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연일 앞다투어 관련 뉴스를 싣고 있으며,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서 사건 수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해병대의 악습이 근절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수열외’와 관련한 권고를 했는데도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병대 내의 구타·가혹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 국민이 알고 있는데도 그동안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단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과거에 육군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으며, 전·의경 구타 사고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것도 바로 몇달 전의 일이다.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군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외부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문제의 본질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런 사건들은 반복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역 군인으로서 바라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바로 ‘군인의 인권’ 문제이다. 군대에서 군인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한다. ‘군인이니까’ 지켜야만 하는 것들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마저 박탈당하기가 다반사다. 이것은 선임병 혹은 상사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다.
현재 군대의 구조상 군인은 구타·폭행 등을 당한다 하더라도 외부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오직 군대 내부를 통해서만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군대란 집단은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신고한 대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돌아가기 일쑤이다. 이렇듯 군대 자체적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문제는 결국 곪을 대로 곪아 폭발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군인 개개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없는 군대의 구조가 과연 정당한지를 따져봐야 할 때이다.
물론 개개인이 모두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서는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이 돌아갈 수 없다. 분명히 규율은 필요하며, 군기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군 간부들이나 선임병들의 비인격적·비인간적인 처사들이 ‘군기’라는 이유로 묵인되어서는 안 된다. 군기는 얼마든지 정당한 방법으로도 확립이 가능한 것이다. 군기의 초기 확립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훈련소에서는 가혹행위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혹자는 군대는 살상을 위한 집단이므로 애초에 인권이라는 게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군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정당한 존재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충분히 합리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면서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강압에 의해서가 아닌 군인 개개인이 ‘국토방위’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최선의 의지를 다질 때 한국 군대의 목적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징병제 국가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의사를 국가에 반납한 채 2년간의 고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자유를 반납했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마저 반납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한국의 법에 따라 입대한 군인들인 만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법에 따라 우리의 인권도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해 군대에 입대한 이상, 국가가 군인을 책임져 주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앞서 말했듯이 군대는 폐쇄적인 집단이기에 외부기관의 개입은 꺼릴 것이다. 하지만 군대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고, 군대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정부이다. 이번 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정부가 군인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군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선진병영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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