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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0 19:22 수정 : 2011.08.10 19:22

염광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박사과정 연구원

연일 야권통합 얘기다. 너도나도 내년 선거를 얘기하며 자기중심의 통합을 제시하고 있지만, 한발 나아가기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제자리걸음이다.

어떤 방식이든 지금의 야권통합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유권자의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그래서 결국은 패배적인 정리로 끝날 슬픈 드라마다. 현재의 서로 다른 색깔의 야권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민주당이 기업의 요구를 외면하고 김진숙을 크레인에서 내려오게 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후쿠시마발 탈핵 정책을 과연 통합 야권에서 수용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과 반값 등록금은 또 어떠한가? 핵심 정책의 변화 없는 당 대 당 통합은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통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 정치제도는 한국의 정치학자들에게 본보기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의회 절반을 차지하는 비례대표 의원, 다당제, 연립정부 구성 등으로 구현되는 합의제 정치 시스템이 그것이다. 재미있게도 2012년은 한국에서 현재의 정치제도로도 독일과 같은 합의제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는, 과장해서 얘기하면 하늘이 한국 정치사에 내려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 몸에 안 맞는 야권통합이라는 옷을 입으려 우격다짐으로 애쓰는 대신 각 당의 이름으로 선거에 임한다. 결과에 따라, 정확히는 두번째 투표용지의 정당지지도를 바탕으로 야권 연합을 구성한다. 연합에 참여하는 제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대연합 매니페스토’를 만들어 대선에 임한다면 굳이 지금 힘들게 통합 논의를 하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일식 연립정부 구성을 한국에서 실험해 보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정치에서도 유효하다. 물리학에서는 질량에 따라 힘의 크기가 결정되는 데 반해, 흥미롭게도 정치에서는 작은 질량(지지율)이 기대 이상의 큰 힘(정치적 파워)을 발휘할 때도 있다. 독일 녹색당이 좋은 예이다.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이 관철될 때 녹색당은 고작 6.7%의 지지율에 불과했지만,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던 덕분에 연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3개의 장관직을 얻을 수 있었고 그들의 핵심 정책인 핵 폐기는 연립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지리멸렬한 통합 논의 대신, 각 정당이 자신들의 지지자 결집에 힘을 써야 할 때다. 그래야 내년 총선 직전이 되었든 대선 직전이 되었든 후보 단일화나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기 당의 인물과 정책을 통합 대표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질량, 즉 지지율이 결국 통합의 주도권이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가 내년 선거에서의 ‘흥행’을 위한 것이라면, 역설적으로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걷어내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삶의 현장에는 얼마나 다양한 생각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가. 지금의 정당들이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정치 의제로 부각시킬 새로운 정치조직의 등장은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녹색당의 창당 움직임은 그래서 새로운 설렘이다.

이곳저곳에서 분노가 폭발하는 지금, 모든 분노를 담아낼 수 있는 단일 대오를 구성하는 것이 힘들다면 우선 자기 몸집 불리기에 나서자. 질량이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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