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최근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과 무역조정지원제도(TAA·Trade Adjustment Assistance)를 연계해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국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을 고려하여 국민 여론 동향을 주시하고 있어서 비준 상정이 지연되고 있다. 농업계와 서민 처지에서는 다행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너무 반대 논리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고 묵살되는 상황에서 농민단체나 학계 등 농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때에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 제도는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무역 관련 국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 되는 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고자 마련되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 제도는 국제 협상의 산업별·계층별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협상의 동력을 얻는 등 장점이 많다. 미국이 1966년 제정한 ‘무역확대법’을 근거로 1970년대에 도입한 무역조정지원제도는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9년까지 총 6만8590건이 청원되었으며, 이 중 3만6116건이 승인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제도는 초기엔 단순지원 방식으로 기업과 근로자만 지원하였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 발효된 이후 2002년부터 ‘무역조정지원개정법’에 의거하여 농어민 지원 프로그램이 추가되어 3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원 대상에 따라 현금 지원, 직업훈련, 구직 및 전직 비용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을 맡고 있는 상무부 경제개발청,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는 노동부 교육훈련청, 농어민의 피해 지원을 담당하는 농무부 해외농업국 등이 무역조정지원제도의 담당기관으로, 각 기관은 매년 프로그램 운영 내용을 연방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재정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미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와 맞물려 민주당은 제도 연장을 전제로 비준을 요구하고 공화당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제도 연장을 반대함으로써 의회 비준이 지연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미국 쪽의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무상급식과 대학 반값 등록금 등을 둘러싼 여야간 논쟁과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더해 의무복지의 확대는 억누르면서 무역자유화에 따른 아무런 보상대책 없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이 잠정 발효되도록 외교를 펼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선대책 없이 비준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무역자유화를 위하여 추진한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가전제품, 정보기술(IT), 자동차, 유류제품, 건설 등 분야의 기업을 운영하는 재벌이다. 반면 농수산업과 여러 분야의 중소기업,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분야, 서민계층 등은 무역자유화의 혜택은커녕 양극화의 고통지수가 증가하는 등 오히려 악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따라서 무역자유화와 관련된 각종 협상을 추진하여 협상을 타결하였다면 미국·유럽연합처럼 무역조정지원제도와 같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직접지불제, 농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 대책 등 부분적으로 단순지원 방식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무역개방에 따른 산업별·근로자(농어민)별 이익과 손해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의회가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산업과 산업인의 부담을 늘리고 손해 보는 산업과 산업인에게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국제통상협상의 과정과 비준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원방식 또한 경쟁력 제고 대책의 수준을 넘어서서, 통상협상의 결과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되거나 수익이 감소하는 계층에 대해 안전하게 생계를 유지하고 수익감소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재협상이 우선되는 것과 국회에 계류중인 ‘통상절차법’이나 기타 법이 조속히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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