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9.21 19:33 수정 : 2011.09.21 19:33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지 등 사회서비스 부문은
고용 성장이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얼마 전 발표된 지방자치단체 복지공무원 증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에 남을 의미있는 사건”이라는 환영에서부터 “복지 포퓰리즘에 편승한 결정”이라는 비판까지 논의가 분분하다. 복지행정 분야의 연구자로서 복지공무원 증원은 우리나라 지방복지행정의 고민과 과제를 제대로 읽어낸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복지담당 공무원의 사정은 매우 답답하고 안타깝다. 지자체는 190여가지의 복지 프로그램을 필요한 분들에게 누락 없이 전달되도록 안내하고, 재정이 누수되지 않도록 그 대상을 엄정하게 선정하며, 필요한 문제가 해결되도록 돌아보고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과 정보 안내, 가구 방문 등이 가능한 근무여건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복지직 평균 1.6명, 행정직 1.3명이 복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체 주민센터의 53%는 복지직이 1명만 근무하고 있어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복지 문제를 상담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해주는 복지공무원의 역할은, 멀리서는 미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 가정의 현재와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민간영역의 서비스 공급도 물론 확대되어야 하지만, 공공복지정책의 책임 관리와 공적 서비스 지원의 확대를 위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이번 결정은 그래서 환영할 일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 부문 지출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적지만, 지난 5년간 복지재정은 45%, 복지대상자는 157.6%가 증가했다. 그런데 일선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증가에 그쳤다. 복지전담 행정기관을 별도로 구축한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을 제외한 모든 복지행정을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센터링크(Centrelink)의 경우 인구 2100만명에 복지담당 직원은 2만7000명인 반면, 인구 5000만명의 우리는 지자체 복지담당 직원이 2만2000명에 불과하다. 되도록 행정비용을 적게 하고, 실제 지원되는 예산을 늘리는 것은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를 상시적으로 소화할 최소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 예산 중 복지비의 비중은 20%를 넘어서고 있는 반면, 복지직 공무원은 3.7%에 불과하다. 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직을 포함해도 8.1% 수준이다. 물론 예산의 크기가 곧 업무량과 비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복지업무는 다른 분야보다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한 분야에 속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공사 업무를 위한 행정 업무량과 10억원을 2000~3000명에게 지원하고 관련된 생활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복지행정 업무량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복지 업무는 서류행정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여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적 서비스(human service)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셋째, 이번 증원 결정은 국무총리실이 주관하여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5개월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60여개 지자체 표본 실태조사를 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로 이루어졌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작은 정부’를 선호하고 ‘복지 포퓰리즘’을 우려하며 복지인력 증원을 반대하는 주장은 스스로 모순적인 논리에 의거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합리적인 반대 논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포퓰리즘’의 덫을 씌워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큰 정부, 공무원 늘리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단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서, 국민을 현혹하는 방법으로 지방의 복지공무원을 늘리자고 했을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인력 증원을 결정했을까.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정부’는 최선의 운영원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사고를 탈피해서 분야별·상황별 다양성을 고려한 논의와 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지를 필두로 한 사회서비스 부문은 고용 성장이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이렇듯 고용 창출의 유망 영역으로 사회복지 부문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결정된 지자체 복지인력 증원이 무리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