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9.21 19:34 수정 : 2011.09.21 19:34

김영헌 정독서점 대표·전 서울서점조합장

35년 넘게 운영하던 서점을 접게 되었다. 무엇을 할지 계획도 없이 문을 닫는다. 만감이 교차한다. 도서정가제를 끌어안고 할인매장들과 다투고, 학원의 도서판매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호소하기도 하고, 대형 서점들의 무분별한 점포 확대와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판매 등에 저항하던 동네서점들이 쓰러져 갔다. 나도 역시 예견되었던 사실이 막상 닥쳐오면서 오랜 세월의 손때가 묻은 스무평 공간의 책장들을 한쪽 팔을 잘라 버리듯 버려야 했다. 결국 모든 동네서점들이 나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는 도서의 유통구조다.

그러나 동네의 넓지 않은 공간들로 만들어졌던 서점들이 이렇게 사라지고 난 뒤, 물론 요소요소에 초대형 서점들이 매머드처럼 버티고 문화의 공간으로 남아 유통을 하겠지만 독자들의 도서에 대한 접근성과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는 그 역할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네서점이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그 나름대로 존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은 다 이해할 것이다.

비단 동네서점만 사라지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동네서점이 문을 닫는 만큼 출판계도, 글을 쓰는 작가들도 연쇄적으로 쓰러져 갈 것이다. 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의 손실은 국가적 손실로 다가설 것이고.

지금이라도 동네서점의 소멸을 막아야 한다. 우리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알 것이다. 사회가 동네가 어떻게 삭막해지는지를…. 균형있는 식단을 만들어야 건강한 체질을 만든다. 문화라는 영양소가 얼마나 우리 몸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모두 다 버린 다음은 늦다.

35~36년 동안 ‘정독서점’을 이용하며 자란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나는 감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서점을 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할까? 그런 나만의 자긍심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조합원 여러분께 함께하지 못함의 불찰을 사과드리며 동네서점을 애용해 주셨던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