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8 19:29
수정 : 2011.09.28 19:29
박용환 사회당 서울시 당원
지난 21일 경기지방경찰청 보안과 소속 경찰이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혐의로 사회당 당원인 박정근씨의 가게와 집을 압수수색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저녁 7시까지 가택 수사를 벌였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스마트폰, 포이동 주거복구 공대위 회의록, 철거경비용역 근절 토론회 책자 등을 압수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시퍼런 서슬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고 기가 찰 뿐이다.
박정근씨는 3대 세습과 핵무장으로 대표되는 북한체제에 반대 입장이 분명한 인물이고 그러한 명백한 입장을 가진 사회당의 당원임에도 경찰은 트위터에 올린 북한 소재의 농담을 구실 삼아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또한 박정근씨의 혐의사실에는 두리반 철거민 투쟁, 포이동 주거복구 공대위 활동, 반값 등록금 집회, 국방부 대체복무제 도입 퍼포먼스, 희망버스 참가 등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와는 전혀 무관한 사실들도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국가보안법을 빙자해 진보적인 시민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강하게 든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종북 척결을 외쳤고 이른바 ‘왕재산’ 사건이라는 소설 같은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이제는 무차별적 개인에게 막무가내로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며 정치 사찰과 탄압을 일삼게 됐다.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정근씨가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고 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은 마땅한 일이다. 경찰은 무엇이 두려웠는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정근 당원에게 조사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즈음해 ‘쥐20 포스터’를 그린 대학강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의 사건에서도 그랬고 이번 사건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우리는 경찰과 정치권력에게 한 치의 개그 센스도 기대할 수 없는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자면, 정치권력이 지닌 그들 체제에 대한 자신감 없음과 불안의 다른 표현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부는 한진중공업 사태, 포이동 화재 현장, 대체복무, 명동 재개발, 홍익대 청소노동자 사태 등의 문제에서 보이듯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포기한 채 싸구려 국가보안법으로 개인을 탄압하려 하고 있다. 박씨는 지금 이번 공안탄압으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단 1%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민주주의와 정치의식은 21세기인데, 철 지난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와 기본권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 당원은 아무런 죄가 없다. 경찰은 그에 대한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탄압과 공안정국으로 엠비 정권의 레임덕을 막아보겠다고 한다면 어림없는 짓일 뿐 아니라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아울러 이 지긋지긋한 국가보안법도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국민의 진보적 양심은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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