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경감·법학박사
내사 문제는 결국 법의 통제를 벗어나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높다는 데 있다
경찰·검찰의 내사 모두 문제인 것이다
10월15일치 논쟁 ‘경찰 내사단계부터 검찰 지휘, 타당한가?’를 읽고
현직 경찰관으로서, 그러나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의 내사와 수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10월15일치 논쟁에 실린 “모든 수사에 내사가 포함된다”라는 글을 읽은 느낌을 어떻게라도 말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0여년 만에 어렵사리 이루어진 196조의 개정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문제를 풀 수 있는 첫걸음으로서 결코 단순한 용어의 정리나 조문체계를 바꾼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권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사이 끊임없는 논쟁의 불씨가 되어왔으며, 국회 사법제도개혁 논의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 바로 196조의 개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글쓴이는 다분히 검찰의 입장에서 ‘현실의 법제화’에 불과하다며 법 개정의 의미를 애써 축소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청법 53조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사의 지휘를 경찰의 수동적 복종이 요구되는 ‘명령’으로 보려는 인식에 머물러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개정법에 따른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은 결코 검사의 본원적 수사권에서 파생된 수사권이 아니다. 수사권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공권력의 하나로서 국민이 국가에 부여한 것이다. 개정 전 검사의 지휘는 단순 지휘개념을 넘어 검사가 수사를 행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권은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 비로소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법은 경찰에게 범죄혐의를 인식하였을 때에는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검사의 지휘 없이도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진행하고 있는 경찰수사의 현실이 이제야 법에 반영된 것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공동체 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할 범죄에 대한 수사착수의 권한을 굳이 경찰·검찰이라는 국가기관에 따라 차등을 두어 부여할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이유로 ‘수사기관의 책임감 향상’을 들고 있음은 이를 잘 말해준다.
개정법에서도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은 인정된다. 경찰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검사가 개입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법자는 지금까지 검사의 지휘가 검찰과 경찰의 갈등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왔음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경찰과 검찰의 상호 협의가 필요한 대통령령에 위임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6조 3항의 대통령령은 당연히 수사지휘의 범위와 내용을 규정해야 할 것임에도, 이른바 경찰수사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인 현행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의 수준을 벗어나서는 곤란하다는 글쓴이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제정될 대통령령이 검사의 지휘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경찰수사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면, 그것은 검찰이 아니라 그 규정을 이행해야 할 경찰이 직접 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대통령령 제정의 출발점을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의 절차규정에 두면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 ‘모든 수사’에 내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령 제정을 계기로 검찰의 권한을 경찰의 내사에까지 확대·강화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왜냐면 경찰의 내사활동은 검사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하지만, 검찰의 내사는 여전히 통제 밖에 있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내사가 주로 민생범죄임에 반해, 검찰의 내사는 권력형 내사가 많아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통제의 필요성이 오히려 더 높은데도 말이다.
내사 문제는 궁극적으로 경찰의 내사든 검찰의 내사든 법의 통제를 덜 받으려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즉 수사기관이 내사와 수사의 구분 기준은 ‘입건’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입건을 안 하고 수사를 한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경찰의 내사와 검찰의 내사 모두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외면한 채 경찰의 내사활동에 대해서만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제출한 대통령령 초안에서처럼 수사의 개념을 새로이 창설하면서까지 내사를 수사의 일부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오히려 피의자를 양산하여 인권침해의 가능성만 높일 것이다.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사의 개념을 법률의 위임 없이 대통령령에서 임의로 규정하려는 것은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헌법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 내사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은 내사와 수사를 구분하는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고, 법률을 통해 내사활동을 통제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과 경찰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선진화된 수사구조와 제도를 갖추고자 했던 형사소송법 개정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대통령령을 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요구하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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