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호 서울시 강동구 성내2동
27년째 근무하는 고등학교 현직 교사다. 작년 3월 기초수급학생에 대한 급식지원신청서를 받을 때였다. 아침 교실 조회가 끝나고 나와 교무실을 향할 때였다. 담임 뒤를 쫓아오던 아이가 복도 모퉁이를 돌고 나서 뒤를 흘끗 살피더니 신청서를 휴대전화 배터리 크기로 접은 채로 내 손 안에 쥐어주고 뒤돌아섰다. 당시 그 아이의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아픔을 독자투고했었고 다행히 올해부터 온라인으로 신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4년 전 남편을 잃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둔 기초수급권자인 한 학부모는 지금도 급식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이기 싫어서라고 한다.안타까운 일이지만 휴대전화 보급이 대중화되기 전에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할 경우 교무실 한편에서는 “밥은 공짜로 얻어먹으면서 휴대전화는 웬 말이냐”는 교사도 없지 않았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단계에 들어선 듯하다.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유행하는 옷이나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한다. 작년 그 아이가 스마트폰을 샀는지 얼마 전에 내가 사용하는 무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새 친구’ 등록이 되었다. 축하해주고 이후 수행평가에 대한 안내도 해주고 공휴일이면 몇 차례 학습과 관련한 그룹채팅도 하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진작 스마트폰 활용 교육 모델 수립에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하다. 급식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혹시나 그 누구에게라도 “밥은 공짜로 먹으면서…”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스마트폰 사용을 두려워한다면 디지털 빈부격차로 부모의 가난을 대물림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기우가 되도록 고교 의무교육에 앞서 급식만큼이라도 우선 무상으로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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