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1.09 19:26 수정 : 2011.11.09 19:26

문건기 경기도 양곡고 2학년

오늘 수능이 치러진다. 3학년 형·누나들은 수시 당락의 소식을 받고 수능 막바지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년과 올해 대학 입시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입학사정관제이다. 대학별로 배치된 전문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성적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에서의 능력 혹은 잠재력 등을 보고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의 제도이다.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교육의 과열 억제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대학들에 제도 도입을 독려하면서 급속하게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대학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줄을 세워서 학생들을 데려가지 않고 다차원적인 평가를 통해 뽑아간다고 하니,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과연 이 ‘올바른’ 목적과 기대만큼 제대로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될 수 있는지에 대해 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중등교육의 모습을 살펴보자면, 정부의 공교육 강화 취지에 맞추어 아침 자율학습, 방과후 수업, 야간자율학습으로 일부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비슷한 교육과정을 걷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 자치 활동, 적성 계발, 진로 탐색 및 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다. 그러니까 입학사정관제의 전폭적인 확대는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알아서 진로를 결정하세요. 그리고 3년 동안 그에 맞게 동아리 활동도 하시고, 봉사도 다니시고 직접 진로 체험도 하시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해 보세요.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반장도 해 보세요. 하지만 내신과 수능 성적은 기본이니 방과후 수업, 야간자율학습은 필수예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를 감당하기에는, 선생님들의 업무가 과부하 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한 반에 35명인 반을 이끌고 있는 3학년 담임선생님이라면, 20명 정도가 수시에 지원하고 한 학생당 대략 3개의 대학에 접수한다고 하면 한 선생님이 작성해야 하는 교사추천서와 점검해줘야 하는 자기소개서는 100개를 웃돈다. 여기에 입학사정관제가 적용되면서 각자의 포트폴리오까지 관리해주려면 150개에 다다른다. 여기에 본래 맡은 학교 행정업무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과부하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사들은 하는 일은 많아졌는데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우리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께서 학생의 입시 문제 외에도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이제 부담이 될 정도라며 불만을 표하시곤 한다.

이렇듯 현실에서 생길 부작용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까지 허우적대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등교육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타파하고 교과 외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하며, 교사당 학생의 비율을 줄이고 교사에게 교과와 학생 입시 관련 업무 외의 잡무를 대폭 조정해 주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그 ‘올바른’ 목적에 맞게 입학사정관제도가 현 입시 제도의 골칫거리를 타파할 해결의 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