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9 19:31
수정 : 2011.11.09 19:31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법 정보 올린 SNS 사용자의 친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엉터리 가정을
하지 않고서는, SNS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게시글이 재판을 통해 위법하다고 판정되어 게시자를 처벌하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런 판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국가기구가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할까? 특히 그런 행정조처가 아예 실효성이 없거나 헌법상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만 행사될 수밖에 없다면 의문은 더욱 강해진다.
에스엔에스상의 정보는 그 내용이 아니라 사람을 맥락으로 해석되고 사람을 기준으로 조직되고 유통된다. 이에 따라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글들은 한 계정 내에 올라와 있어도 내용상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고 작성자들도 제각각이고 오직 공통점은 저자들이 계정 소유자의 친구들이나 팔로 대상자들이라는 것뿐이다. 에스엔에스 계정은 그 계정의 내용을 일반화시켜 묘사할 만한 특정한 주제도 없고 성향도 없다. 또 양적으로도 많은 사람들과의 사교가 목표이지 소수와의 연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수천~수만개의 내용상 상호무관한 짧고 많은 글들이 한 계정에 하루 만에도 올라올 수 있다. 그렇다면 ‘내용’에 의해 조직되지 않은 엄청난 정보를 ‘내용 심의’하여 차단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 된다.
정보의 수가 이렇게 많을 경우 웹사이트와 같은 기존의 인터넷서비스는 웹사이트 내의 정보가 내용에 따라 정돈이 되어 있으므로 일부 내용이 불법적이면 다른 내용의 불법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유추하여 웹사이트 전체 또는 메뉴 전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차단했다. 하지만 에스엔에스 내의 정보는 내용에 따라 조직되지 않고 인맥에 따라 조직된다. 그러므로 계정의 일부 내용이 불법이라고 해도 다른 내용이 불법일 가능성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불법 정보를 올린 페이스북 사용자의 친구는 역시 불법 정보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엉터리 가정을 하지 않는 한 그렇다. 결국 그 사람의 계정에 있는 정보의 편린들, 즉 트위트와 글들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콩이 가득 든 부대에서 썩은 콩을 한알씩 골라내듯.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러의 트위트는 하나하나가 수십만개로 복제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불법 정보들을 극히 일부나마 골라냈다고 해도 해당 정보만 일일이 삭제하는 비용과 기술적 부담은 상당하다. 국내 에스엔에스가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해당 에스엔에스가 국내 서비스가 아닐 경우 국내 행정기관이 외국 에스엔에스한테 서버에서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할 권한이 있는지, 권한이 있더라도 과연 외국 에스엔에스가 이를 들어줄 것인지 알 수 없다. 외국 서비스의 변덕에 따라 어떤 것은 규제되고 어떤 것은 규제되지 않는다면 형평성이 훼손된다. 결국 서버 삭제 방식은 포기하고 해당 정보에 해당하는 전파의 편린을 찾아내어 국내 통신사들에 차단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개별 트위트나 개별 페이스북 글처럼 인터넷주소(URL)와 같은 표지도 없는 작은 정보의 편린을 식별해내려면 기계어 수준에서 정보를 훑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또 이렇게 하려면 ‘일반에게 공개된’ 글이 아닌 비밀통신까지 모두 입수해야 하며 결국 감청을 불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문제를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해결하고 있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의 에스엔에스 규제는 불법 정보가 발견되면 에스엔에스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불법적이지 않은 수많은 정보들을 같은 계정에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경우 계정이름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한다고 하여 그 계정의 수많은 트위트들이 차단되었다. 어떤 페이스북 계정은 김일성 찬양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차단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비난하는 글도 같이 차단되었다.
더욱이 계정을 차단하면서 그 계정 소유자의 친구들과 팔로 대상자들의 글마저도 함께 차단되고 있는데 특정 계정 소유자의 친구라고 해서 자신의 글도 불법 정보인 것처럼 처리된다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결사의 자유 침해가 아닐까. 결국 방송통신심의위는 내용 심의가 아니라 사람 심의, 친구 심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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