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영 신흥대 호텔조리과 겸임교수
대기업의 진출로 빵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떡에서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9월 중소기업 1차 적합 품목 16개를 발표하였다. 이번 11월에는 2차 품목을 발표하였다. 논란의 여지는 많으나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렇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매우 환영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 1차 적합 품목 중 확장 자제 품목에 전통식품인 떡이 포함되었는데, 진입 자제가 아니라 확장 자제인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떡 시장은 전국 2만여곳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중이다.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의 진입으로 하나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 떡집이 살아남지 못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문제점을 다 안다 한들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게 문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답은 빵집에서 찾으면 간단하다. 서양의 대표 음식인 빵은 무수히 발전했다. 하지만 최근 20여년 동안 동네 골목마다 있던 빵집은 다 사라지고 겨우 몇몇 빵집들이 고전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빵집 자리는 대기업에서 선점했거나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위생적인 시설에 고객이 원하는 맛을 찾아내 전국적으로 동일한 맛을 내고 잘 전달되는 유통망을 갖추는 등 더 이상 개인이 소자본과 기술력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빵집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중 대다수가 떡집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그래서 떡 시장의 현실은 아주 비관적이지만 그것은 기존의 떡집 종사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고, 빵집 기술자들은 아직도 떡을 배워 미래를 꿈꾸고 있다. 기존의 떡집도 포화상태인데 빵집을 하던 기술자가 떡집을 한다고 떡 기술을 배우니 기존의 시장을 조금씩 나눠먹는 꼴이다.
빵과 떡은 주식과 간식의 형태를 다 갖추고 있으며, 빵 기술을 떡에 접목시켜 발전적인 떡집이 많이 생겼다. 대박 떡집도 나타났고 빵 못지않게 보기 좋고 예쁜 떡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여야 했다. 여기까지는 서민들만의 경쟁이었으니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차피 빵에 밀려난 사람들이 떡에서 상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떡 시장에도 대기업이 뛰어든 것이다. 그래서 떡 시장도 얼마 남지 않아 빵집처럼 대기업이 다 잠식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전통음식인 떡 시장의 구성원들은 정말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서양음식 중 양식과 빵은 경쟁과 보완 속에 각각의 학문으로 발전되고 체계화되어 실용학문으로 우리 대학에서 널리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떡은 한식 속에 파묻혀 나오질 못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 조리과에서 제과·제빵은 정식 학문이지만, 떡은 한식 속에 소속되어 학문적 연구도 미약하고 대학 조리과의 떡 전공 교수는 한명도 없다. 우리나라의 빵집은 약 8000개이고 떡집은 약 1만9000개로, 떡집이 2.4배가량 되는데도 이러한 실정이다. 대학에서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빵집은 사라지고, 배출하지 않는 떡집은 증가하는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러니 떡 시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얼마나 순수한 서민인가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떡 시장을 이번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1차 적합 품목에 선정했다는 것은 환영하지만 확장 자제에 그칠 게 아니라 더 이상의 대기업 진입을 금지했어야 했다. 더구나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 품목 권고는 이행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기업의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제제수단이 없는 게 문제이다. 틈만 나면 서민을 위한다고 외치던 이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론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게 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몰락으로 내몰았다. 이번 중소기업 적합 품목 선정을 기점으로 진정 서민을 위한 모습을 보이려면, 확실한 후속대책을 세워, 돈만 벌 수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해버리는 대기업에 대한 견제를 확실히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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