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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철수연구소 주가 폭등 현상이 나쁜 이유 |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지난 수 년 동안 2만 원 근처에서 꿈쩍할 줄 몰랐다. 시가총액 2천억이다.
그러던 게 몇 달도 안된 지금 다섯 배 10만 원대로 올라 시가총액 1조에 이른다. 년간 매출 9백억에 이익 100억을 약간 넘기고 회사 순자산이 1,300억 회사인데 그렇다.
거의 100% 개인투자자들이 하루에 무려 4~5천 억을 들여 이 회사 주식을 사는 날이 반복된다.
정상의 시각으로 보자면 전혀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실제상황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역시 말보다 센 건 존재다.
한국의 한류기업과 바이오기업 중 대표 주식 몇 개가 애국마케팅으로 천정부지 주가를 기록하는 게 하루 이틀 아니다.
매출 1천억 순익 1백억도 안 되는 회사 시가총액이 1조에 육박하고 매출 2천억에 이상한 이익 1천억 회사가 시가총액 4조를 넘는다.
둘 다 공통점은 유난히 한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며 해당 기업의 실제 돈 버는 능력과 순자산 대비 수 십 수 백배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황우석은 과학자에게 중요한 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라 했고 수 조원을 모은 제이유 주수도 또한 사상최초 서해 유전 개발을 앞세워 애국심을 유난히 강조했다. 둘 다 결국 사기꾼이었다.
기업의 주식과 주가란 예를 들어 가정으로 치자면 그 집의 재산 전부와 마이너스 대출 가능 금액의 합계 그리고 그 조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능성의 합계가 정상적인 주식의 가격이다. 인류사에 주식 제도가 들어 선 이래 이 법칙이 달라진 적 없고 또 앞으로도 달라질래야 달라질 수 없다.
다만 특정 시기에 이 정상 가치 이하의 주가가 있을 수 있고 또 그 이상의 주가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론 정상의 가치가 언제나 중심 역할을 한다.
보통사람이 찔 수 있는 몸무게와 마를 수 있는 몸무게 범위 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애국주식 정치주식처럼 말 자체가 안 되는 천정부지 골 때리는 주식이 한국 자본시장을 휩쓸고 있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독점재벌의 무한탐욕 전염병이 정권이 수 없이 바뀌면서도 치료나 차단은커녕, 전국민적 토착전염병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파 묻히는 수 백만 산 생명이 결코 돼지나 소만은 아니다.
거기에다 집집마다 50대 이상 늙어가는 부모가 청년 실업 젊은 자식들 학비에 용돈을 대느라 나날이 골이 빠져나갈 지경이다. 한국에 살며 일확천금 대박전염병에 감염 안될 재간이 어디 있겠나?
안철수는 지난 몇 년간 줄기차게 삼성동물원 현대동물원을 빗대 한국 재벌기업의 사회생태계 파괴형 행태를 지적해 왔다.
소수 재벌가문이 한국의 자유시장 자체를 축소시키며 자기들 가문의 점유율 증식에만 골몰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취업과 창업 성공의 기회 자체가 차단되거나 질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안철수는 말과 진단 비슷하게 스스로 행동해왔다.
오늘날 안철수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안철수가 아닌 그를 지지하는 절대 다수 대중의 삶과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나날이 초대박 주식으로 뜨고 있는 애국주식과 정치주식을 이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안철수현상과 초대박 주식 양자간에 뗄래야 뗄 수 없는 절대적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불법 독점재벌에 찢기고 지친 다수 대중이 바로 그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ib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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