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03 20:00 수정 : 2005.01.03 20:00

철길은 오래된 연인들의 뒷모습이다

먼저 앞서거나 뒤쳐지지 않고

넘치거나 모자람도 없이

언제나 은밀한 거리를 유지하며

어깨 걸고 나란히 걸어간다

애초에 마주설 일이 없기에

성냄도 없고

각자의 영역이 있기에

침범하는 일도 없이

한 쪽이 기울면 함께 기울고

한 쪽이 굽으면 함께 굽으며

바람찬 먼길을 동행한다

손닿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리울 만큼의 여백을 키우면서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며

정해진 그 길을 숙명처럼 함께 간다

자식처럼 나란히 누운 침목을 따라

은륜(銀輪)의 세월을 여여히 걸어가는 철길은

어느 오래된 부부의 아릿한 뒷모습이다

김철향/철도청 일산승무사무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