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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2 19:19 수정 : 2011.12.02 19:19

박효주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올해 초 청와대 인근으로 이사를 했다. 청와대 주변이라 경찰들의 삼엄한 보호를 받는 덕에 밤길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치안 혜택을 얻었고 동시에 주변을 지날 때면 매번 어디를 가느냐는 경찰의 질문을 받는 불편함도 누리게 되었다.

경찰은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선지를 묻기 전에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말하고 행선지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만난 경찰 중에 단 한명도 소속과 성명을 밝힐 것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말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검문’이 아닌 ‘안내’를 드리고자 했다는 똑같은 답변을 매번 듣게 된다. 경찰은 질문 전에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그 답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경찰이 보행하는 사람에게 길을 막고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면 ‘안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몇이나 있을까 궁금하다. 경찰이 말하는 검문과 안내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가 어렵다.

심지어 행선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면 보행을 막고 다른 길로 가라는 강압적인 태도도 보인다. 내 보행권을 경찰에게 제약을 받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례도 있다.

경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겠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경찰직무집행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청와대 경비만을 중시한 채 인근 주민의 보행을 제약한다. 경찰이 말하는 국가와 국민은 누구를 얘기하는 것인지,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라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경찰은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주는 기본에 충실해 주었으면 좋겠다. 검문을 하면 검문이라는 조형물을 세워두고 법에 따라 신분과 소속을 밝히며 하라는 건의를 하고 싶다.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는 경찰의 자세에 큰 박수를 보내며, 제발 국민들에게 법질서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법을 제대로 학습하고 지켜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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