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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2 19:21 수정 : 2011.12.02 19:21

공선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려는 목적…
처벌하려면 ‘적어도 선거일 전’까지
금전제공 ‘약속 행위’가 있어야

남경국 쾰른대 국가철학·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 후보매수 혐의로 재판중인 곽노현 교육감 사건이 던진 사회적 파장이 큽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우선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편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동일시 또는 혼동하고 곽 교육감의 유죄를 주장하는 논객도 있습니다.

재판장님,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곽 교육감 기소 조항인 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는 다소 문제가 있는 조항입니다. 공선법 232조 1항 1호(사전매수죄) 규정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사족입니다. 사전매수죄는 금전제공 행위뿐만 아니라 금전제공 약속 행위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전제공 약속 행위에 따른 후보사퇴 후 금전제공 행위도 처벌가능합니다. 또 공선법 268조 1항(공소시효 조항)은 선거일 후 행하여진 범죄의 공소시효를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로 하고 있어 사전매수죄로 충분히 모든 후보매수죄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법정책적으로 사후매수죄는 입법자들에 의하여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재판장님, 그럼에도 검찰이 곽 교육감을 기소한 사후매수죄는 입법자의 의도와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하여 담당 재판부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해당 조항은 단순한 금전제공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가성’ 있는 금전제공 행위를 처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법적 관점에서 ‘곽노현 사건’을 살펴보면 곽노현 교육감은 무죄라고 판단됩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입니다.

첫째, 입법자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이뤄진 금전제공 등 행위(사전매수죄)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이뤄진 금전제공 등 행위(사후매수죄)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즉 ‘후보사퇴 전’ 금전제공 또는 약속 행위와 ‘후보사퇴 후’ 금전제공 또는 약속 행위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서 박명기 후보는 줄곧 양 선거캠프 관계자 간의 구두합의, 즉 후보사퇴 전 금전제공 약속 행위를 근거(사전매수죄에 해당)로 그 약속의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후보 사퇴 전 양 선거캠프 관계자의 구두합의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교육감 선거 이후 “긴급부조를 이유로” 박명기 후보 쪽에 금전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반대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사법상의 법원칙인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가 이 사안에서도 적용될 것입니다. 검찰은 후보사퇴 후 금전제공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사후매수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즉 곽 교육감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을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명기 후보의 금전 ‘요구’의 근거와 곽 교육감의 금전 ‘제공’의 근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박명기 후보의 금전요구는 사전매수죄 범죄요건에 따른 것이고, 곽 교육감의 금전제공은 사후매수죄 범죄요건에 따른 것이 됩니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와 검찰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곽 교육감을 사후매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둘째, 공선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행위를 범죄 행위로서 금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사후매수죄가 규정하는 ‘대가 목적’의 금전제공이기 위해서는 후보사퇴 전에 금전제공 ‘약속 행위’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설령 검찰의 주장처럼 “후보사퇴 전 사전약속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후보사퇴 이후 ‘적어도 선거일 전’까지는 금전제공 ‘약속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 최소한 금전제공 행위와 공선법 해당 조항의 범죄성립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후매수죄는 후보자 사퇴 후의 금전제공의 경우 그 시기를 묻지 않고 어느 때나 무제한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면, 이는 공선법 268조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주장처럼 사후매수죄 공소시효를 해석하면 예를 들어 선거 후 5년, 10년이 지나 금전제공 행위 등이 있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왜 ‘후보사퇴 후 금전제공 행위’가 ‘후보사퇴 전 금전제공 행위’보다 공소시효에 있어 과도하게 가중하여 처벌되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전매수죄와 사후매수죄를 이와 같이 공소시효에 있어 차별할 법적 실익도, 합리적 이유도 없습니다. 검찰의 ‘곽노현 기소’는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왜곡입니다.

결국 2010년 6월2일 교육감 선거일 전까지 곽 교육감 본인의 금전제공 약속 행위가 없었고, 단지 ‘선거일 후’ 금전제공 행위가 있었다면 ‘사후매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곽 교육감의 도덕적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도덕적 책임을 배제하고 법적 책임의 유무만을 따져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곽노현 사건’이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동일시하거나 혼동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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