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2.09 19:30 수정 : 2011.12.09 19:30

12월3일치 칼럼 ‘정명훈, 토목공사식 성과주의’ 를 읽고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씨가 받는 대우가 불공정한 것이고 ‘토목공사식 성과주의’라는 지난 12월3일치 칼럼은 되짚어 보아야 할 구석이 있다.

가장 눈에 뜨이는 부분은 해외 클래식 시장에서 정명훈은 이 정도의 보수를 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맞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틀렸다. 예전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에서 상임지휘자로 있었을 때 지금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그것은 과잉 대우였을 것이다. 당시 정명훈은 지휘자로서의 자질은 충분했지만 운영자로서의 능력과 해외 음악계에서의 존재감은 검증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명훈은 다르다. 특급 연주자들이 정명훈과의 협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의 평가도 대단히 높다. 더군다나 정명훈은 힘든 세대 교체를 성공적으로 끝낸 역량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일급 오케스트라들도 잘못된 세대 교체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로열 필하모니, 미국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지금 정명훈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에게 1회에 지휘료가 얼마라고 계산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객원지휘자의 경우는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만을 위해 항공료, 호텔 그리고 개런티가 지급된다. 하지만 상임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개별적인 훈련, 협연자 선정, 단원 선발, 프로그램 기획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 객원지휘자가 상임지휘자가 만든 토대 위에 자신의 색깔을 덧입히는 작업을 한다면, 상임지휘자는 캔버스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1등석 비행기 티켓을 횟수 제한 없이 지급받는 상임지휘자가 세계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바렌보임, 로린 마젤, 주빈 메타, 게르기예프, 콜린 데이비스 등 그런 예우를 받는 지휘자만 수십명이 넘는다. 정명훈씨가 2인석 항공료로 2억9000만원을 2010년에 썼다면 대략 10번의 공연을 했을 경우다. A급 객원지휘자에게 지원되는 항공료, 특급호텔 체재비, 개런티를 생각하면 감당 못할 수준이 아니다.

독일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낸 과정도 의혹이 제기되었다. 음반사가 제작비 부담을 책임지는 것이 일반 거래상식이라고 하지만 20년 전 이야기다. 주류 음반사의 역할은 유통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독일 그라모폰은 말할 것도 없고 이엠아이(EMI), 데카 등 전통의 음반사들은 적자로 허덕이고 있어서 새로 기획한 음반의 제작비를 부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그들이 주로 하고 있는 작업은 옛 대가들의 묻혀진 녹음을 찾아 복원하거나 이전의 음반들을 편집해서 시리즈로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왔던 역사와 전통에 힘입어 문화적 파급력은 아직도 존속하며 지금도 한정된 최고 수준의 연주자만이 그 안에 편입될 수 있다. 서울시향이 음반 제작과 해외투어를 시에 대한 홍보로 썼다면 이것은 다른 여러 가지 홍보 방안들보다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파괴적이다.

개인적으로 예술섬 같은 토목공사는 결단코 반대다. 왜냐하면 한정된 예산으로는 문화계의 산적한 불평등과 문제점들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하지만 정명훈에게 지급하는 정당한 보수는 당연하다. 그는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수준 미달인 이 정권의 문화정책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희망의 싹을 정치적 논리로 짓밟는 것은 비극이다.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의 지휘자 선임을 두고 정치적인 잣대에서 결정된 비전문성과 단견을 가슴 아파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대안도 똑같다는 자괴감만이 들 뿐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과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가. 류재준 작곡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