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선거에서 입시 교육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우리 사회의
행복한 미래도 먼 나라 이야기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고 2주일이 지났다.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은 대학진학 상담이 한창이다.
“선생님,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점수가 얼마쯤 돼야 해요?”
“선생님, 제 점수로는 지방의 나쁜 대학밖에 갈 수 없나요?”
“선생님, 어떻게 문 닫고 들어가는 방법은 없어요?”
고3 진학담당 선생님으로서 우리 학생들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그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는 낮은 수능점수를 가진 학생을 이렇게 저렇게 정시 대학 입학 정원을 다 계산하고 마지막 날 경쟁률까지 계산해 가며 눈치 봐서 합격생 꼴찌로 문 닫고 그 대학에 합격시키는 고3 담임교사가 마치 능력있는 교사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또 그렇게 합격시킨 경우가 전쟁에 승리한 군인들의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일간지 교육 섹션에 기사로 실리고, 그런 일간지를 읽은 학부모들은 학교를 불신하고 사교육 컨설팅업체로 몰리는 교육 현실에서 ‘그런 담임이 정말 능력있는 고3 담임일까?’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이런 현실도 문제이지만 학생들과 학부모의 말 속에서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이라는 용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이 현실이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을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사실 더 문제이다. 경쟁사회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승자는 좋은 것이고 패자는 나쁜 것으로 나누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지금처럼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과연 창의력을 길러내는 사고방식일까? 누군가를 누르고 이겨야 성공하는 삶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다양함 속에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 사회에 적합한 사고방식일까? 이런 사고방식으로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공부한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는 것일까? 학교 복도에는 ‘21세기 창의력 있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슬로건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 속에서 어떻게 창의력 있는 인재가 길러질 것인가?
알 권리라는 이유로 여전히 각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과 소위 최상위권 대학의 진학자 수를 거리낌 없이 인터넷과 일간지에 기사로 내는 이 천박한 교육철학의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철학이 있기는 한 것일까?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이고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대학조차도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흑백의 사고방식과 분리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좋은 대학이고 지방에 있는 대학은 나쁜 대학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역행을 멈추고 다양성과 공존의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경쟁의 승리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어 가는 현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유지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조차 취업기관이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고등학교마저 취업을 위한 입시교육기관이 되어 가고 있지만 진정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단순한 입시 교육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건강한 사회를 만들 건강한 인간을 키워내고자 하는 공동체 교육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대답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교육은 건강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공동체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에 합의가 된다면 다양한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한 과감한 대안과 실천이 필요하다. 서열화된 대학 체제를 해체하고 진정한 인식의 전환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다음 선거에서 우리나라 입시 교육의 해결책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근본적 해결책이 그렇듯, 맞물려 있는 과제가 너무 많아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에둘러 회피해서는 안 된다. 경제 문제와 복지 문제에 묻혀서 입시 교육의 해결과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가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창의력 있는 인재 육성도, 우리 사회의 행복한 미래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만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학교생활을 했던 우리 고3 담임들은 며칠 뒤 각 학교 교문 앞에 걸릴 명문대 합격 축하 펼침막 앞에서 또다시 허허로운 웃음을 짓게 될 것만 같다. 이충규 성남의 한 인문계고 고3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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