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26 19:35
수정 : 2011.12.26 19:35
빈껍데기의 경제지주를 만들겠다니,
한마디로 국민·농민조합원을 속이며
돈장사에만 열중하겠다는 처사다
농협은 지난 11월29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조직개편을 확정 발표했다. 그동안의 우려대로 경제사업(농산물 판매사업) 활성화는 말뿐이고, 금융지주를 만들어 돈장사에 나서겠다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농협의 ‘꼼수’가 빛나는 조직개편 내용이었다.
그동안 농협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경제사업을 못하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했으며 국회의원과 농민단체를 동원하여 6조원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빈껍데기의 경제지주(경제사업 전담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니, 한마디로 국민을 속이고 농민조합원을 속이며, 돈장사에만 열중하는 농협을 질타하고 농협개혁을 주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물대통령’으로 만드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농협은 안하무인이고 후안무치의 제왕적 조직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조직개편이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데도 국회가 농협의 장단에 놀아나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니, 총선도 중요하겠지만 이래서는 나라 꼴이 우스워진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구조개편을 한다고 떠들어온 농협이 경제지주를 독자적인 자본과 경영권, 인사권을 갖는 판매사업의 중심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앙회 산하의 형식적인 자회사로 만든 것은 그동안의 모든 논의와 결정을 무시하는 독선이요 기만이 아닐 수 없다. 농협법을 개정할 때 합의한 대로 중앙회 유통판매사업을 2015년 3월2일까지 어떤 사업부터 어떻게 경제지주로 이관하겠다는 확고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조직개편안은 경제사업을 전문화하기보다는 여전히 옆에 끼고 정부 지원을 받아내는 빌미로 활용하겠다는 농협의 꼼수일 뿐이다.
장차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게 될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농민조합원을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감시·감독하려면 중앙회가 아니라 조합원과 일선 조합이 지주회사를 통제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이사회의 최소한 과반수 이상을 조합장과 농민단체 대표가 차지해야 마땅하다. 이는 지주회사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농협이 조합장이나 농민단체 대표를 이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스스로 협동조합으로서의 농협이기를 포기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회는 이번 조직개편을 마치 새로운 재벌그룹의 탄생으로 착각하는 듯, 중앙회의 총괄 컬트롤 타워 노릇을 하는 전략기획본부와 인사교류심의회를 신설해 인사권과 감독권을 강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제왕적 농협 회장의 위치를 보장해주는 무이자 조합지원자금을 더 확대하겠다면서, 이를 관리하는 회원지원본부 조직을 강화하는 등 중앙회를 더욱더 일선조합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저의를 드러냈다. 사업구조개편의 근본 취지를 뒤집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농민단체들은 사업분리를 계기로 중앙회가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교육과 농정활동 등 농협의 고유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비사업적 연합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중앙회 조직을 최소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제 농협은 독립된 자본과 경영인사권을 가진 판매농협을 구현할 명실상부한 경제지주를 다시 바로 세우고, 2015년 3월2일까지 유통판매사업 일체를 경제지주로 이관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마땅하다. 또한 농협 스스로 6조원의 부족 자본금을 정부에 요청한 마당이라면, 먼저 나서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경제지주의 지배구조를 농민조합원을 위한 방향으로 바로잡고, 중앙회를 비사업적 연합조직으로 재편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 농협 스스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농협에 대한 지원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개정 농협법의 재개정에 착수해 농협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농협의 잘못된 조직개편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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