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01 20:51
수정 : 2012.02.01 20:51
체벌이나 화내는 선생님도 없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캐나다 학교,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순 없나요?
저는 서울의 한 고등학생입니다. 제가 본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엉망입니다. 여전히 체벌을 가하는 교사들과 버릇없는 학생들. 제가 본 한 교사는 학생들을 공공연히 ‘돼지’로 호칭하며 체벌과 억압을 일삼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무리의 학생들은 기운 빠진 교사를 대놓고 무시하며 아이스크림과 같은 먹을 것을 당당히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체벌 허용 등을 이용한 교권의 강화로, 아이들을 수업을 잘 듣게 ‘순종’하는 학생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고, 또 가장 많이 한 대화의 유형은 이것일 겁니다.
“저 ××(교사를 지칭함) 짜증나지 않냐?”
“그러니까. 툭하면 애들 때리고. 지는 체벌이 아니라는데, 기분 나빠.”
교권으로 학생들을 억압하면 일시적·가시적으로 수업 환경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학생들은 겉으로만 반성을 표하고 교사가 없는 곳에서는 뒷말을 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모두와 자유롭게 얘기하고 여러 가치관을 접하는데 학교에만 오면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에 짓눌려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보이지 않는 반발은 커지고, 그 반발은 삭혀서 결국 동급생에 대한 폭력이나 교사를 무시하는 행위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아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인정해주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수업’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때 캐나다로 자매학교 교류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업환경을 접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말도 안 한 채 화장실에 들르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하는 도중 학생들이 불쑥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표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화장실에 지 맘대로 가?’, ‘선생님이 수업하는데 왜 분위기를 흩뜨려?’ 이런 말이 나올 법할 상황이었지요. 물론 캐나다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학생들은 조용히 제자리에 앉아 다시 수업에 집중하였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고 그 물꼬를 이어나가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한달가량 있으면서 체벌 장면도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화내시는 모습은 더더욱 볼 수 없었습니다. 학생에게 자유와 인권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캐나다 교육환경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저는 제가 갔다 온 캐나다 학교의 모습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재작년에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제 생각은 헛된 생각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1월26일), 저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무효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 역시 접했습니다. 꿈꾸던 교육환경이, 제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이루어질 수는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21세기 들어서 우리나라는 인권과 자유라는 관점에서 가공할 만한 진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인권’과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학교 교문에 들어오는 순간 인간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가치인 인권과 자유는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억압되어야만 했습니다. 교과부에 고합니다. 서울시 학생들에게 인권과 자유를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한태흠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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