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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졸 채용’이 싫다 / 김동규 |
봄이 오고 있다. 더불어 취업 관련 뉴스도 많아지고 있다. ‘남다른 사람’보다는 ‘남들처럼만이라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대다수의 꿈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올해 채용인원이 작년보다 늘 것이라는 보도는 구직자들에게 단비 같다. 요즘 뉴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의 ‘고졸 채용’이다. 대학 인플레가 ‘고졸자’에게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과 기회 상실이 회복되고, 장차 학벌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여기서부터 정착되기를 바라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용어다. ‘고졸 채용’. 한국 사회에서 ‘고졸’이라는 용어에 긍정적 의미는 별로 없다. ‘낮은 학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성급한 용어는 차별적으로 들린다. 제도가 안착해 수십년간 대졸자들이 채워온 집단에서 조화롭게 숨을 쉬기 위해서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졸’이란 단어의 부정적 인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졸 채용자’ 자신을 옥죄고, 그들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의 인식도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고졸 채용’이라는 말 대신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채용된다는 면에서 ‘조기 (인재) 채용’ 등의 용어 사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어색하거나 헷갈린다면 업무 분야에 따른 명칭도 좋다. ‘고졸 채용’처럼 차별적이지만 않으면 된다.
이름 하나에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취업시장에서는 채용만 된다면 뭐든 좋다는 당장의 실리주의가 더 호소력 있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졸’과 ‘고졸’로 나뉘어 하나가 된 조직이 조화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름 바꾸기는 단순히 형식적 문제가 아니다. 좀더 먼 앞을 바라보고 이 용어에 대한 새로운 이름짓기가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김동규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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