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업무가 국회의원과 다르지
않음에도 보좌관을 1명도 둘 수
없다는 것은 상식과 형평에 반한다
최근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가 의원 보좌관 도입을 추진하면서 몇년간 계속되었던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위법인 법률에 근거 없이 조례로 지방의원 보좌관을 도입할 수 없다 △지방재정에 부담을 준다 △사무처 직원을 활용하면 된다 △의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지방자치나 지방의회의 역할·업무·실정을 무시한 주장이거나, 가장 비슷한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교해 상식에 반하는 주장들이다. 또한 금과옥조처럼 얘기하는 대법원 판결도 현시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지방자치제도를 보장하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주민생활에 직접적이고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복지·일자리·안전·주택·교통 등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지방의회는 이런 정책을 직접 입안하기도 하고 집행부의 정책결정 과정과 행정집행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통로 구실을 한다.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중앙정부에 못지않다고 할 것이다.
1991년 민선 지방의회가 출범해 21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역할과 업무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는데도 조례제정권의 확대,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 독립, 의원 보좌관 제도의 도입 등 지방의회와 관련된 제도는 거의 발전이 없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미약하다.
지방의원은 정책과 관련된 조례를 입안하고 심의하며, 예산과 결산을 심사하고, 집행부 업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를 하는 등 본질적으로 국회의원과 업무가 동일하다. 또한 행정부 조직과 달리 지방의원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지위에서 주로 혼자서 일을 하고 활동한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연중 상시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1년에 조례안 300여건을 비롯해 500건이 넘는 안건을 심의하며, 31조에 달하는 예산과 기금을 심사하고, 17개 산하기관을 포함하여 6만명이 넘는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를 감시한다. 최근에는 서울광장 개방 조례, 무상급식조례, 학생인권조례, 뉴타운 관련 조례 등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하였다.
지방의원이 하는 업무가 국회의원과 다르지 않고 업무량이 엄청난데도, 현재 국회의원은 의원 1인당 보좌 인력을 최대 9명까지 둘 수 있는 데 비해 지방의원은 보좌관을 1명도 둘 수 없다는 것은 상식과 형평에 반한다.
지방정부에 재정부담을 준다는 것도 반대하는 이유로는 옹색하다. 어떤 조직이든 인력을 채용하면 돈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인력채용의 핵심 기준은 업무량과 필요성이라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이런 논리라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현재의 국가재정 적자 상태에서는 보좌관을 두지 말아야 논리와 형평에 맞다. 또한 보좌관 인건비는 서울시의 경우 전체 예산의 0.005%에 불과하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조례제정 과정에서 재정형편을 고려해 도입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국가재정 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무처 직원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도 지방의회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 사무처 전체 직원 중에서 일반 서무행정, 의사진행, 홍보, 청사관리, 속기록 등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부분이고 순수하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할 수 있는 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은 지방자치제도의 중요성을 반영해 독립된 장을 두어 제8장에서 지방자치제도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는 자치법규인 조례의 자주적인 제정권, 조직·사무·인사·재정의 독립이 그 핵심이다. 이런 헌법 정신과 취지에 비추어 상위법인 법률에서 지방의원의 보좌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헌법 규정에 근거해 조례로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인사의 독립에 부합한다. 의원보좌관 1명을 두는 것도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감독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도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 법률의 근거가 없어도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법적 근거를 논한다면 헌법 제8장과 지방자치법 제22조가 보좌관 도입의 법적인 근거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전 대법원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판결 내용에서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1996년 대법원 판결은 당시 지방자치법이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한 것을 전제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2006년 지방의원의 지위가 유급제로 개정된 현재의 상황에서 보좌관 도입에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이번 논란이 지방의원의 보좌관에 대한 그동안의 소모적인 논쟁을 생산적으로 해결하고, 아직까지도 중앙정부에 사무·인력·예산·권한이 집중되어 지방자치가 헌법 정신에 맞게 충실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김형남 변호사·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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