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과거 행적과 집권 기간에
벌어진 모든 일을 전시함으로써
올바른 정치를 했는지 평가해야
김대영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지난 21일 박정희 기념관이 개관했다. 기념관을 둘러보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박근혜 위원장은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기념관 밖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행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기념관의 안과 밖은 분리돼 있었다. 박 위원장에게는 국가폭력에 시달렸던 피해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박정희 기념관은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나라 정통성에 흠집을 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한 사람이 기념돼서다.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고 국회를 강제해산시켰다.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이후에도 총구에 의한 통치는 계속됐다. 야당 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이 고문과 감시에 시달렸던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그의 통치기간에는 민주적 정치활동이 국가공동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까지 되짚어 본다면 그를 기념한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의 친일 행적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를 수료한 뒤 만주군 장교로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들과 일제 치하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선조들의 피 위에 세워졌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증명된다. 이런 나라에서 독립운동을 탄압한 사람을 기념하려면 대한민국의 뿌리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두어야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성과에만 집중한다.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먹고살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맞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정책에서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보였다. 이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돼 한강의 기적으로까지 이어졌다. 업적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만을 부각해 그의 잘못을 덮어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 벌어졌던 국가폭력의 과거사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 유족들이 5·16 쿠데타 이후 장학회와 장학회 소유의 주식을 강제헌납하도록 국가로부터 강요받았다며 주식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고 김지태씨가 헌납을 강요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취소 시한이 지나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비록 패소했지만 국가정보원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이어 법원까지도 강제 헌납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의미는 있다. 이렇듯 최근에도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행적들이 지적받고 있는데 기념관 개관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박정희 기념관이 아니라 박정희 ‘전시관’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과 집권 기간 내에 벌어진 모든 일이 전시돼야 한다. 그의 행적을 있는 그대로 전시해 민주공화국의 정치지도자로서 올바른 정치를 했는지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또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전시관은 필요하다. 박근혜 위원장이 말하는 새로운 교육의 장은 이와 같은 박정희 전시관을 두고 해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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