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다면, 정파적 승리는 몰라도
사회의 발전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는 외교 안보나 경제, 그리고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같은 중요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는 양당 정치의 두 축인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적이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로 인식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 자신은 ‘절대선’이고, 상대방을 ‘절대악’이라고 인식해서는 이런 선의의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칼럼에서 새누리당을 괴물이라고 표현하셨지만 그 괴물은 사실 우리나라의 보릿고개를 없애고, 소련이 사주한 6·25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주역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이 괴물이라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비정상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지나친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민들께서는 우리 정치인들이 만날 때마다 싸운다면서 제발 좀 그만 싸우라, 창피하지 않으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뼈아픈 비판을 대할 때마다 송구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 깊은 뜻을 살펴보게 됩니다. 국민들께서 정치권에 단순히 주먹질하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갈라질 대로 갈라져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적으로 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신 것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국민들보다 정치가 더 갈라져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정치보다 언론이 더 갈라져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지금은 시카고 시장인 람 이매뉴얼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놓는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면 미국은 망하게 될 것이다.” 초당적 정치를 비교적 잘한다는 미국에서도 이처럼 당파성이 커지면서 각 정당이 국가 이익보다는 선거만 의식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도 이제 중요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정치를 해나가야 합니다. 그 역할은 여야의 양심적인 중진 정치인이 맡아야 하고 동시에 언론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국민들은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에 고유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양 축이 모두 튼튼해야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전제 위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괴물로 생각하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일시적으로 정파적 승리는 기대할 수 있지만, 사회의 발전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칼럼에서 새누리당은 괴물로 표현되어야 할 절대악이며, 절대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어떠한 세력과도 연합해야 한다는 취지로 쓰신 부분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존경하면서도, 우리 정치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고언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늘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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