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4 19:33
수정 : 2012.03.14 19:33
3월18일 백기완 선생 팔순 잔치…
99%가 잘사는 벗나래 꿈꾸는
모든 이들이 모여 노동자 민중의
승리 위한 지혜 모으는 마당으로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는 과연 가능할까? 일생을 노나메기 세상을 노래하신 백기완 선생님의 팔순을 맞이하여 뜻있는 분들이 3월18일 잔치마당을 연다고 하니 이 글은 초청장 정도가 될 터인데 선생님께서 아시면 경을 치실 일이다. 1987년 선생님께서 대중강연을 한 학교 앞은 “독재타도! 호헌철폐!”의 구호와 함께 어김없이 불바다가 되었다. 민중대선후보 백기완은 군사정권 종식을 위해 모든 세력이 연대하자는 말씀과 함께 후보를 사퇴하셨지만 야권은 분열되었고 수많은 이들의 죽음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는 미완의 상태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백 선생님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쌍용차 희망텐트에서,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폐기투쟁에서 그 모습 그대로 찬 바닥에 앉아 계신다. 말 그대로 노혁명가의 풍찬노숙은 현재진행형이다.
“야권연대 그거 말로 해선 안 돼! 노동자들이 가슴속에 비수라도 품고 결단을 내리게 해야지. 87년의 과오를 반복하면 역사의 죄인이야.” 얼마 전 해고노동자들의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시던 날 지지부진한 야권연대 상황에 대해 일갈하셨다. 선거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환상이지만 선거를 통해 합법성을 가장한 독재권력의 연장을 용인하는 것도 어리석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아마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억울한 죽음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절규인지 모른다.
“함께 살자!” 3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이 잘못된 정리해고에 맞서 내세운 호소였다. 노나메기 사상을 이렇게 실천에서 잘 표현한 구호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돈 되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재벌들의 횡포 앞에 죽어가는 것이 어찌 노동자들뿐이겠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사회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다름 아닌 철학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밀어붙인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참담한 결과이며 “나만 살자”의 다른 표현이다. 이제 절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대안이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서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엄연한 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들이 앞다투어 친노동이네 경제민주화네 하며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초청장을 쓴다. 함께 살기 위한 철학은 무엇이고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일터에서 쫓겨난 모든 이들, 99%가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모여 노동자 민중들이 승리하는 지혜를 모으고 한판 살풀이를 하자고 백 선생님께서 멍석을 깔아주신 것이다. 함께 살자고 하는데 야권연대 방정식이 뭐가 그리 어려우며,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위장결혼식으로라도 모여 새날을 꿈꾸었는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깔아준 멍석도 걷어찬다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그리고 백 선생님은 영원한 우리의 멍석이다.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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