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21 19:37
수정 : 2012.03.21 19:37
한국전쟁과 농촌의 몰락에 의한 계층분화로 이 땅에는 고물상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전쟁고아, 축출된 소작농 등이 주축이 된 초기 수집 형태는 넝마주이, 리어카 행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로지 끼니를 확보하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 시작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쌀’인 폐기철의 수거 시스템이 되었고 황폐한 산야의 벌목을 막는 종이산업의 근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땅에 묻고 태우는 것을 방지한 환경오염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백정, 무당 등 천민 계급도 시대 변화에 따른 이름을 얻고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오직 고물상만 합법과 불법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법적 불안정성으로 잠재적 범법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넝마에서 고물상으로 이어지는 이 땅의 자원 수집의 역사는 그 안에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외환위기 등 국가적 재난에 의해 밀려난 사람들의 생존권적 삶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국가가 담당해야 할 복지와 실업의 문제가 중층적으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물상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이 땅의 폐자원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일구어 놓은 자원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대기업을 비롯한 자원재편 세력의 자원독점에 대한 불의한 의도가 언론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고물상을 혐오하게 하는 교육과 홍보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은 기층 고물상들에게 합법 영역으로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고 지자체의 폭압적인 폐가전 탈취 행위는 유모차나 리어카에 생존을 유지하는 이 땅의 최하위 소외계층인 노인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원재활용연대는 총선 과정에 제 정당의 재활용정책을 확인하고 재활용인들의 투표 행위에 참고하고자 하니 성실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1. 고철·파지를 폐기물로 규정하는 개정 폐기물관리법이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분쟁 결과 제강사와 제지사에서는 원료이고 그외 처리 과정에서는 폐기물이라고 간주함으로써 이중의 잣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고물상들의 영업 품목을 제한함으로써 자유경쟁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습니다. 고철과 파지가 고물상에 있으면 폐기물이고 제강·제지사에 있으면 원료라는 이중잣대를 폐기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습니다.
2. 서울시에서 설립한 서울자원(SR)센터는 기획복지의 허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는 에스아르센터는 60명의 고용효과를 자랑하고 있는데, 60명을 위하여 200만 재활용인의 밥그릇을 빼앗는 행위를 ‘사회적’이라 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해체·분리의 과정이 고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에스아르센터를 위하여 서울시는 각 구청을 통해 전자제품의 고물상 취급 금지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들을 생활 근거지에서 수집하는 고물상의 단계를 인정하고 중간처리업체 등을 통한 적정 매입의 절차를 통하여 양성화할 용의가 있는지 묻습니다.
3. 폐지 노인과 1t트럭 행상을 통하여 매입하는 종이와 고철 등을 자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제를 현실화하여 고물상들을 잠재적 범법자의 위험에서 보호하고 당당한 납세자의 지위를 확보해 줄 세법 개정의 용의가 있는지 묻습니다.
4. 까다로운 인허가 기준은 고물상들의 적법 업체로의 진입에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중간처리업 허가의 높은 장벽은 조합을 만들어 허가 기준을 맞추려는 영세업체의 조합 결성 의지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미신고 재활용업체 난립의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인허가 기준을 완화해 조합을 통한 고물상들의 합법화를 유도할 용의가 있는지 묻습니다.
5. 고물상에도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등에 제공되는 공공성을 띤 국가 정책자금의 배분을 통해 외환위기의 이탈자, 100만 청년실업자,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폐지 노인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내야 합니다. 패자부활의 완충지대인 고물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생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복지·환경적 차원의 국가 정책자금을 배분하여 침출수·도시미관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는지 묻습니다.
최상진 자원재활용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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