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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2 22:01 수정 : 2012.03.22 22:01

야권연대 협상의 ‘피해자’로서
분노가 일지만, 대의가 더 중요…
이정희·김희철이 결단 못하면
야권경선관리위 결정에 따라야

20일 일본 나고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일 4·11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다음날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 요구 협상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14차 협상이다. 예비협상까지 포함하면 2010년 가을부터 20여차례 일본에 오간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총선을 향해 뛰었던 100일 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뛰었던 광주 서구을 선거구는 애초 국민경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난 10·11일 모바일 투표와 12일 현장 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경선이 시작됐던 10일 새벽, 야권연대에 따라 광주 서구을 지역이 민주통합당 후보 용퇴지역으로 결정돼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당 경선 직전 지역구 안 모든 시·구의원의 지지와 컷오프된 후보 3명 중 2명의 공개 지지선언을 받고 있어 사실상의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 경선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분노가 일었다. 불의의 정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전국적 차원에서 의회권력을 되찾기 위해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호남에선 진보개혁세력이 새누리당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비호남권과 같이 야권연대를 해야 할 논리적 필연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호남정치의 과제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되니까, 공천권자에게 줄서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깨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시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실종된 현상(정치의 실종)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번 광주의 야권연대는 상층 지도부 간 합의로 공천자가 정해지는 기존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해 호남정치의 퇴행을 초래했다.

중앙당 차원의 일방적·폭력적 결정은 연대 정신에도 위반된 방식이라고 본다. 주권자의 선택권 역시 원천배제되었다. 심지어 민주통합당 최종 경선 후보 2명과 통합진보당 후보 1명이 참여하는 3자간 ‘원샷경선’ 제안마저도 거부되었다. 이러한 ‘폭력적인 결정’을 해놓고 두 당의 책임있는 지도자 그 누구도 이러한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 않았고, 위로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오지 않았다. 10일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접기로 했다. 개인의 이해와 사정보다 야권연대라는 대의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제(21일) 나고야에서 돌아온 뒤 수도권에서부터 야권연대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가슴이 아팠다. 두 당의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반칙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절차가 완벽하게 진행되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완벽한 경기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어떤 경기에서나 반칙도 있고 오심도 있다. 반칙과 오심도 경기의 필연적 일부가 아닐까? 잘못을 그냥 덮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범한 쪽은 사죄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 사퇴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권연대의 판을 송두리째 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양김 분열의 교훈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분열의 고통과 그때의 분노를 기억해보자.

정치에 나서며 생각했던 소명의식을 되찾자고 감히 말씀드린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든 김희철 후보든 대의를 위해 마음을 비우고 희생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전체 야권연대의 돌파구가 열린다. 당사자들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두 당이 야권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백승헌)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할 것을 요청한다. 두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야권경선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 이러한 제안은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일 수 있다. 다만 나 역시 야권연대 협상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자들에게 “대의를 위해 헌신하자”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 글을 쓴다.

이상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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