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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6 19:40 수정 : 2012.04.26 19:40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정릉동 국민대 본부관에서 문대성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학술자료 인용은
연구의 독창성·가독성 높이는 수단
한 줄 가져다 쓰는 데도 신중 기해야

이진석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1동

논문표절 문제가 사회적·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의 논문표절 의혹이 발단이 되었지만, 논문표절 문제는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보다 학술논문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진 최근 몇 년간 공직자,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의 논문표절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인쇄본만으로 논문을 참고하던 시대에 비해 지금은 누가 어떤 논문의 저자이고 연구자가 언제, 어느 학교에서 누구의 논문을 참고 또는 인용했는지도 과거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학술활동의 환경이 개선된 만큼, 표절문제 역시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사실은 논문이라는 대표적 학술활동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인식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한 언론기사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의 국회 방문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었다. 인터뷰에서 당사자는 논문표절 문제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함에 따른 실수라고 답변했다. 이 부분은 정치적 관점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의 입장을 떠나 학문의 길에 들어선 학자의 입장에서 논문표절에 관한 문제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가 독창적인 연구 방향을 설계하고 이에 따른 연구 결과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학술자료를 참고하고 인용하는 것은 논문의 질을 높이는 필수적인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논문에서 서론에 해당되는 내용에서도 연구자의 연구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이론이나 논문을 인용할 수 있다. 문제는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목적, 연구방향 및 결과 등을 설명하는 데 있어 다른 학술자료를 참고하고 인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한 줄의 인용구를 논문에 포함시키기 위해 연구자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가능하면 인용에 따른 본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기술해야 한다. 그만큼 다른 학술자료의 인용은 연구의 독창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연구자는 논문에서 인용 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표절논란은 정치적인 시각을 떠나서 연구자로서 인용에 대한 신중함과 참고 및 인용에 대한 인식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학업과 현업의 병행이 표절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였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했다는 답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많은 학자들에게 큰 실례가 되는 언행이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은 현업을 병행할수록 더욱 현실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연구활동들이 궁극적으로 학문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연구자가 연구에 임하게 될 때에는 논문 작성에 더욱 많은 열정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구만을 전문적으로 행한 학자들에 비해 현업에 종사하는 연구자의 연구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능력의 부족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연구자와 연구능력 부족을 변명하는 연구자는 기본자세에서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언론에서 한국 스포츠계의 학술활동 관행을 지적했는데, 논문표절 문제는 한 국회의원 당선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인격이나 능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만든 근본적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논문표절이나 대필 등 결과를 위해 비윤리적 과정이 용인되는 현실과 이를 마치 당연시 여기는 연구자들의 마음가짐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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