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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30 19:46 수정 : 2012.04.30 19:46

섣부른 우월감에 무례한 행동
또다른 범죄로 내모는 것일 수도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낭떠러지로 내몰렸을 때,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가 있다. 그대로 떨어지거나, 내모는 사람에게 저항하거나. 후자를 선택한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에서 우아무개씨가 편의점 종업원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4월 초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오아무개씨가 지나가던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토막 살인을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중국동포(조선족)이다.

일부에서는 ‘조선족’ 자체가 문제라며, 이들을 추방하자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다. 그런데 특정한 공통점을 가진 개인들이 유사한 잘못을 저지른다면, 우선 그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씨는 편의점 종업원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로 편의점 종업원은 우씨가 매장 안에서 술을 마시려는 것을 제지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우씨는 종업원이 자신을 무시하고 욕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당연한 제지도 무시와 욕으로 이해했다는 사실은 자못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무시와 욕을 일상적으로 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척은 중국동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5일에는 네팔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자살했다. 4월에만 유난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건·사고가 많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런 사고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멸시와 배척도 계속돼 왔다. 정부는 다문화 사회를 말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서투르게 감싸지만 국민에게 그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그들을 차별하는 까닭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있다. 이런 말은 다수의 자국민들이 서양 백인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변명이다. 이들은 섣부른 우월감을 바탕으로 상대적 후진국의 국민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한국의 인종차별 문제가 심지어 미국에서도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또 인종차별을 행하는 것은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전 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자. 인종도 출생도 국가도 다 부차적인 문제다. 무시와 욕설 대신에 인간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 ‘그들은 범죄를 많이 저지르고 우리와 다르다’는 낙인을 찍고 그렇게만 대한다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결국은 범죄에 내몰리게 될지 모른다.

일찍이 사람을 종족으로 구분 짓고 자기 나름의 가치 판단을 행한 사람이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다. 그로 인해 600만명의 ‘인간’이 학살을 당했다.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 배척은 히틀러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더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낭떠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훈 부산시 사하구 하단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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