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2 19:29
수정 : 2012.05.02 19:29
정치 얘기만 하면 “애들이 뭘…”
19년간 없던 관심 절로 안 생겨
낮은 참여 책임은 어른들에게도
곽차령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뜬 기사를 보다가 ‘희망의 우리 학교’의 시위 내용을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고등학생, 중학생의 신분으로 그렇게 큰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힘들다는 것, 같은 학생인 제 입장에서 잘 알고 있었기에 더 그랬지요. 그래서 ‘아, 참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을 열어보았다가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학생이면 공부나 해라’, ‘공부하기 싫어서 떼쓰는 것 같다’ 이런 유의 내용이었거든요. 물론 인터넷 댓글이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생각은 아닐 테지만,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어른들은, 세상은 늘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기대주’들이라고. 하지만 그 기대주들의 날개를 왜 자꾸 꺾으시는 걸까요. 조금만 정치 얘기를 할라치면 ‘아직 어린 애들이…’라는 말이 주로 나오곤 합니다. ‘학생은 공부나 해라’는 반응도 많고요. 이 나이에 정치적 신념이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 웃음부터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희가 1년이 지나 대학생이 되면 어른들과 세상의 반응은 180도 달라질 겁니다. ‘왜 정치에 관심이 없냐’, ‘왜 투표 안 하냐’ 하는 식의 얘기가 주를 이루겠지요.
저희는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어른들과 세상은 저희에게 19년 동안 정치에 눈감고 귀 막고 지내라고 하다가, 그렇게 만들다가 갑자기 1년 뒤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합니다. 19년 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에, 1년 만에 관심이 생기기가 쉬울까요? 물론 19년 동안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생 때도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많겠죠.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변환경이 참 크게 작용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 세상은 저희가 정치에 대한 관심을 꺾게 만듭니다. 안 그래도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 환경에, 정치에 대한 얘기도 못 하게 만드니 불을 지피는 격이지요.
19대 총선 때 투표율은 50% 남짓이었습니다. 많아진 대학생 수에 변화를 기대한 여론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지요. 이것이 무엇을 말해줄까요. 물론 정치에 관심이 너무 없는 대학생에게 탓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그동안 20년 평생 살아온 대학생들에게, 그런 주변환경을 심어준 이 세상과 어른들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요? 정말 언제까지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정치를 ‘나쁜 정치’로만 받아들일 것인가요?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