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5.21 19:27 수정 : 2012.05.22 13:54

[왜냐면] 네 가지 없는 놈: 서울, 학벌, 교수, 인맥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네 가지 없는 사람이
소신있게 살 수 있을까?

조진환 희망가정경제연구소 대표

2012년 현재,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점은 서울이다.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서울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난리가 난다. 관습적으로 이해하면 말이다. 몇해 전 수도를 서울이 아닌 곳으로 옮기면 관습법으로 문제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었으니 더 말한들 무엇하랴.

사람의 사고 수준을 결정하는 건 정보의 양과 질일 텐데,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 책 등 지방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의 치열한 경쟁이 사람을 좀더 근성 있고 경쟁력 있는 형태로 만들어 줄 수 있어도, 그것이 오히려 사회를 성찰하고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없애가고 있다. 그래서 난 지방에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특별시민이다.

페이스북을 처음 할 때 졸업한 대학을 작성하는 부분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면 찰나의 순간이라도 고민했을 것이다. ‘출신 대학을 적어, 말아.’ 개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현재여야 하고, 현재는 그 사람의 철학과 가치관, 관심사와 그가 표현하는 글일 텐데 프로필에 보여지는 출신 학교가 선입견을 준다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까?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긴 시간 동안의 노력과 인내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긴 인생에서 과도하게 대접받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 난 명문대 출신 아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진정성 있고 열정적인 명문이다.

나는 책 속에 박제되어 있는 이론이 아니라 책 밖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현실을 분석하고 얘기한다. 석·박사가 아니어도, 직업이 교수가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의 분야나 직업에서 연구할 수 있고 천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말이다.

교수라는 직업적 소명과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 교수 이외의 많은 대중들이 생산 현장에서 판매 현장에서 시장에서 거리에서 얻게 된 생각들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난 교수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며 산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난 교수다.

공공기관과 기업체에서 특강이나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담당자들을 만나면, 내 생각과 내 일의 가치와 내용을 귀 기울여 듣거나 내가 제시하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한번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시의원의 힘을 빌려 강의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난 인맥이 중요하다 생각한 적이 없었으며 나의 생각과 의지와 용기가 나를 판단한다고 믿었다. 담당자는 시의원과의 관련성이나 관계의 깊이 정도만을 알려고 할 뿐, 내 강좌의 내용에 관해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강좌 개설은 너무 쉽게 너무 빨리 결정되었다. 지연, 학연, 혈연 등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난 인맥이 없고, 앞으로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대한민국 5천만명과 친구가 될 수 있고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네 가지 없는 놈이 편견이 넘쳐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거대한 권력과 소수의 부자와 금융자본에 대항해 소신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답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네 가지 있는 놈과 네 가지는 없어도 자신감 있게 사는 놈들 몫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