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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1 19:21 수정 : 2012.06.11 19:21

지구촌 빈곤문제 관심 갖고
작은 나눔 실천한다면
아이들은 새 삶을 살 수 있다

박동철 굿네이버스 인도네시아 지부장

인도네시아 북부 자카르타 라와바닥은 자카르타의 대표적 빈곤층 밀집지역이다. 그곳 타나메라(붉은 땅이라는 뜻) 마을에서 만난 비키(14)는 할머니를 도와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비키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다. 하루에 1만루피(약 1달러)를 벌기 위해서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에르나와티(10·여)는 오후 5시가 넘으면 엄마와 함께 퇴근길 차도로 나간다. 꽉 막힌 퇴근길에서 차와 오토바이를 비집고 다니며 노래나 구걸을 하며 돈을 모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다. 이 아이가 이토록 위험한 일을 한 지도 벌써 6년째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발표한 ‘2009 인도네시아 아동노동’ 현황을 보면, 인도네시아의 13~14살 아동은 주당 15시간, 15~17살 아동은 주당 40시간 이상씩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12살 아동들도 수시로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굿네이버스 인도네시아 지부에서는 2010년부터 인도네시아 초등학교 아동들을 대상으로 유엔(UN) 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한 아동권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노동 현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방과 후에도 아동을 돌볼 수 있도록 마을 안에 아동권리센터를 설치·운영중이다. 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 숙제도 하고 영어, 컴퓨터, 연극, 요리, 체육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보호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노동현장에 나가는 이유는 ‘가난’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모를 대상으로 직업교육, 마을 공동체 사업과 개별 사업을 시작했다. 굿네이버스가 지원하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수카부미 지역에서는 부녀회 전체가 과자를 만들고 마을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사업은 마을의 수입을 올리고 아동의 노동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오늘, 6월12일은 국제노동기구에서 지정한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이다. 우리가 입는 옷,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더이상 아이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길 바라는 어른들의 약속이다. 내 아이 소중한 것도 알고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현장에 나가 아직 채 자라지 않은 고사리손으로 힘겹게 일을 하는 아이들이 전세계 약 2억5000만명에 이른다.

내가 이곳 인도네시아 아동노동의 현장에서 시작한 사업들은 지역사회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일터가 아닌 배움터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 아이들이 있어야 할 곳은 무시받는 노동현장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학교이며 가정이잖은가. 이제 우리는 가난 때문에 학교를 등져야만 했던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해야만 한다. 아이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이 기적은 생각만큼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먼저 지구촌 빈곤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리고 굿네이버스 등 국내 여러 비정부기구(NGO)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나눔을 ‘시작’한다면 지구 반대편 한 아동은 드디어 노동에서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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