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3 19:35
수정 : 2012.06.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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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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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회원들은 평택역에 모인다. 그리고 다 함께 ‘와락’으로 간다. ‘와락’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다. 우리는 어른들이 심리치료를 받는 동안, 남겨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간단한 그림 작업을 한다.
해고된 노동자는 한 집안의 남편이고 아버지다. 회사에서는 아무렇게나 내쳐도 되는 볼품없는 노동자일지 모르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그가 집이고 밥이고 사랑이고 꿈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는 저녁에도 휴일에도 다른 아버지들이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갈 차를 만들어냈다. 그런 아버지를 회사는 밀어냈다. “아빠처럼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진다”고 믿어왔던 아이들의 희망도 무너졌다. 그리고 잊을 틈도 없이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기 옆의 아버지, 어머니도 혹시 이들처럼 떠나버릴까 아이들은 불안하다.
처음 와락에 갔을 때, 인형놀이를 하던 아이가 말했다. “제 소원은 우리 엄마랑 아빠가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거예요.”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멍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꿈꾸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 아이들에게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알게 해서. 더작가 회원들은 그 뒤로 한달에 한번, 와락에 간다. 처음에 서먹서먹했던 아이들과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아이들이 바라는 건 엄마와 아빠가 다시 웃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며 나도 열심히 일해서 우리 아빠처럼 되어야지 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작은 꿈은 아직 아득하다. 오늘도 대한문 앞 분향소에 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 맞다. 더 나아가 해고 노동자 가족 모두에게 드리운 죽음 같은 삶, 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에게 악몽이 아닌 희망을 꿈꾸게 하고 싶다.
지난달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무판에 자기 꿈을 그리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꿈이 없다며 한숨 쉬던 아이들이 마음속 깊이 감춰뒀던 꿈을 조심스레 그렸다. 소방관, 경찰관, 발레리나, 우주비행사 등 아이들의 꿈은 다양했다. 우리는 그 그림을 벽에 붙였다.
더작가 회원들은 아이들이 이곳에 올 때마다 자기 꿈을 마주하며 희망을 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고된 노동자들한테도 손잡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져 그들이 다시 출근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밝게 빛날 수 있게,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아이들을 지켜주는 길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런 모든 사람들이 오는 16일(토) 여의도공원과 대한문 분향소에 모였으면 좋겠다. 오후 1시부터 여의도공원에 모여 대한문까지 ‘희망행진 함께 걷자’ 행사를 벌인다. 저녁엔 지난해 희망버스 전국 승객들이 모여 ‘집회할 권리! 연대할 권리!’를 외치며 1박2일 희망의 난장을 한다. 우리들의 아이들이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하은 동화작가·더작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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