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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3 19:36 수정 : 2012.06.14 16:06

인양된 천안함 함수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해 4월24일 바지선에 싣고 있다. 그 다음날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비접촉식 외부폭발’이라고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28일 라디오 연설에서 천안함 사건을 또다시 두번이나 왜곡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과 관련하여 세가지 주장을 펼쳤다. ①“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②“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고 ③“이들(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중 ②북한이 천안함 책임을 부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①과 ③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온 것은, 이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합동조사단의 북한 소행설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즉 합조단 보고서에는 수중폭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뢰와 천안함을 인과관계로 연결지어주는 핵심적 물증으로 제시된 데이터는 조작되었다.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왔다는 ‘흡착물’은 합조단의 주장과 같이 알루미늄 산화물일 것이고, 에너지분광기로 분석할 때 알루미늄과 산소 피크의 비율이 1:0.25 정도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에 실려 있는 그래프에서 이 비율은 1:0.9로 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데이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조작 이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

또한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의 정기영 교수가 천안함 함체와 어뢰 파편에서 채취한 ‘흡착물’을 분석한 결과, 이 물질은 폭발로 생성될 수 없는 저온에서 서서히 생긴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침전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학적 사실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폭발’이 없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러한 “과학적 증거”에 정반대되는 ‘폭침론’만을 우기며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연설 중 ③부분은 천안함과 관련한 두번째 사실 왜곡이다. 이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던 것은 한국 사회 내에서였다. 사건 직후인 2010년 3월 말부터 많은 누리꾼과 언론 및 전문가들이 ‘어뢰폭발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의혹들을 제기했다. 한국 사회가 지닌 건강한 자정능력의 표출이었다. 6월 초 한국을 방문했던 러시아조사단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천안함을 언급한 것은 합조단이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2010년 5월20일이었다. 한국 쪽에서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됐다”고 발표하자 북한 국방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를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규정하고 “검열단”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한국 내에서 무수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였지만, 한국에서 제기되던 구체적 문제점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북한이 천안함과 관련한 입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명한 ‘진상공개장’을 밝힌 것은 그해 11월2일이었다. 합조단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9월13일에서 거의 두달이나 걸렸는데도, 그 내용은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제기되었던 의혹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었다.

필자들을 비롯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에 대한 정부 보고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의심이었고, 과학에 근거한 이의 제기였다. 북한은 주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기보다는, 많은 부분 한국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재활용했고, 심지어는 한국에서 발표된 글을 표절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부정하고 사실의 앞뒤 관계를 뒤집어 놓는 왜곡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왜곡의 정점이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이다. 과학을 부정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과학과 합리적 이성에 빨간색 칠을 하는 중세 유럽식 종교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세 시대 수구세력이 신봉하던 천동설을 부정하는 과학적 진실인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갈릴레오를 처단하고 이단시한 17세기 유럽을 21세기 한국이 뒤쫓아 가고 있다. 무려 4세기를 퇴보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한국 사회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언제 회복할 것인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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