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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31 17:48 수정 : 2005.07.31 17:51

김갑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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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불법도청 테이프 274개가 압수되었다. 테이프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로 논란이 분분하다. 조직적, 무차별적으로 도청됐을 것이므로 그 내용이 사소한 잡담에서부터 사생활, 상거래, 국가정책, 공작정치, 불법자금에 이르기까지 사생활에 관한 내용과 공적인 내용이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사생활 침해, 불법도청 자료이므로 태우거나 덮어 둘 수 있을까? 권력기관의 불법도청 행위 그 자체가 중대한 범죄행위나, 그 내용에는 중대한 불법행위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소각하는 것은 역사적 중대성이나 국민의 알권리 등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은 일이다. 범죄행위를 처벌하고 진실을 규명하여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할 국가의 책무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언제든 다른 곳에서 남겨진 일부가 있다면 공개될 가능성이 있고,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민주 국가에서 공공의 관심사에 관한 토론은 억제되지 않고, 건전하고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작정치, 불법자금 수수 등의 잘못된 정치행태 등은 사라져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면 회복되어야 한다. 따라서 불법도청 행위는 물론, 도청 테이프 내용 중에서 공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진실규명이 있어야 한다.

다만, 사생활 등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절대 공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흥미위주로 공개되거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로 1997년 이전에 도청한 내용일 것이므로 범죄행위라 하더라도 대부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시효가 3년이다. 직권남용은 5년이며, 뇌물을 제공한 자 및 횡령, 배임도 마찬가지다. 불법도청 행위는 시효가 7년이다. 이와 같이 많은 경우 시효로 인해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대가성이 있을 경우에 뇌물을 받은 자는 수수금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횡령이나 배임은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시효가 10년이다. 결국 법정형이 무기 이상인 경우에만 시효가 10년이므로 처벌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등이 전면적으로 진상조사 작업을 담당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기능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하여서까지 검찰 등이 수사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특검을 도입하려면 대강의 수사 대상자와 혐의가 드러나야 한다. 지금은 언론에 보도된 97년 불법 대선자금 관련 내용밖에는 없다.

결국 그 누구도 테이프내용의 공개 여부, 그 범위, 수사 등 처리문제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 처리문제를 결정할 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방법으로 국회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불법도청이 자행되었을 것이므로 일부 의원들에게도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실규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계의 신망을 받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절대 비밀을 준수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상당한 조사권을 부여하게 되면 충분히 진실규명이 가능할 것이다. 위원회에서 테이프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생활과 공적 사항을 분류하고, 공적인 사항에 대하여 진상조사를 하면 될 것이다.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공개 여부나 그 범위,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 등 처리문제는 조사 뒤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갑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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